한국여자핸드볼팀 공격을 이끌고 있는 명복희 허영숙 우선희(사진 왼쪽부터) 선수. 상트페테르부르크/김동훈 기자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에서 허영숙(30·전 부산시설관리공단·사진 가운데) 우선희(27·삼척시청·오른쪽) 명복희(26·효명건설·왼쪽) 등 ‘고참 3인방’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드고 세대교체를 단행해 평균 나이가 24.7살로 젊어졌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이끈 ‘아줌마’는 허영숙과 우선희 2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에서 패한 뒤 의기소침해진 팀을 구한 것은 고참들이었다. 예선 3경기에서 허영숙과 우선희는 21골과 20골로 팀내 득점 1·2위를 달리고 있고, ‘방글이’ 명복희는 경기당 평균 14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9골(경기당 3골)이나 넣었다. 허영숙과 우선희는 8일 앙골라 전에서 20골을 합작했고, 명복희는 7일 노르웨이전 후반 막판에 4골을 몰아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팀내 최고참인 허영숙은 팀에서 은퇴한 뒤 유럽 진출을 모색하다가 홍정호의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연습량이 부족하지만 강태구 감독이 “영숙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고 말할 정도로 활약이 크다. 대표선수 생활 만 11년째인 그는 지난해 국내 핸드볼 큰잔치에서 1년 선배 이상은을 제치고 사상 처음 700골을 돌파한 국내 최고 골잡이다. 결혼 6년차인 그는 “맏언니로서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희는 2003년 크로아티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오른쪽 날개로 ‘베스트7’에 뽑힌 세계적인 선수다. 2001년 대표팀에 발탁된 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팀 주장을 맡았다. 그는 대회 개막 전날 허리부상을 당했지만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우선희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 아니겠느냐”며 농담을 던진 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겁지만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명복희는 99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세계선수권대회 세차례, 올림픽 한차례를 치른 베테랑. 그러나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해 ‘만년 후보’였던 그가 이 대회에서 ‘조커’로서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슈팅 타이밍이 빨라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투입되는 ‘해결사’다. 그는 “잠깐씩 뛰더라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태구 감독은 이들에 대해 “팀이 어려울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주득점원으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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