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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맥그리거 ‘트레쉬 토크’ 방치…하빕과 난투극 불렀다

등록 2018-10-10 13:00수정 2018-10-10 14:30

맥그리거-하빕 장외 난투극으로 이미지 실추
‘정상 스포츠’ 정착 위한 노력에 치명상
돈벌이 혈안 유에프시 문화에 대한 비판 나와
대중 욕망이 스포츠 정하는 시대라 여파 불투명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빌 아레나에서 열린 유에프시(UFC) 229 경기에서 러시아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왼쪽)가 코너 맥그리거를 공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빌 아레나에서 열린 유에프시(UFC) 229 경기에서 러시아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왼쪽)가 코너 맥그리거를 공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트레쉬 토크(Trash talk)는 ‘쓰레기 말’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약을 올리는 스포츠 심리전의 하나다. 복싱의 대가인 고 무하마드 알리도 1960년~1970년대 상대 선수를 향해 ‘떠버리’의 진면모를 보였다. 농구, 야구, 축구, 아이스하키, 레슬링 등 프로 종목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과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도 입으로 상대방의 기를 죽이는 데 선수였다.

종합격투기 대회인 유에프시(UFC)에서도 트레쉬 토크는 경기 흥행요소로 사용돼 왔다. 유에프시 최고의 스타인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는 몸싸움 뿐 아니라 말싸움으로 상대를 자극해 미디어나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행동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가령 2015년 12월에 열린 유에프시 194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맥그리거는 챔피언 조제 알도(32)를 13초 만에 왼손 훅으로 무너뜨렸다. 바로 대회 전 엄청난 트레쉬 토크로 알도의 멘털을 흔든 뒤, 링 위에서 사정없이 달려든 알도의 허점을 ‘한방’으로 끝내 버렸다. <포브스>는 “알도가 맥그리거의 조롱과 마인드게임에 매우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조심성 없이 달려들었다”고 적었다. 맥그리거는 지난해 무패의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40)와의 대전을 앞두고도 인종차별에 가까운 언사로 자극했는데, 역시 상대의 멘털을 흔들기 위한 지능적인 전술이었다.

하지만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에프시 229 대회를 기점으로 사정은 달라졌다. 이날 라이트급 경기에서 맥그리거의 항복을 받은 러시아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링을 타고 넘어가 맥그리거의 스태프와 충돌하는 등 스포츠가 아니라 싸움판이 연출됐다. 맥그리거와 상대편 팀원들도 링 위에서 치고받는 장면이 나왔다. 아수라장이 된 대회장에서는 관중들도 기겁했다. 현장에서 관전한 네바다 주 지사까지도 볼썽사나운 장면을 보고 혼란 속에서 빠져나갔다.

유에프시는 1993년 첫 유료중계 시작 이래 ‘막싸움’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정상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엄격한 도핑과 부상 선수보호 등의 규정을 갖추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각종 격투기를 마스터해야 한다. 유에프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복싱, 유도, 레슬링, 주짓수, 무에타이, 킥복싱 6가지에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부상도 많아 대회가 자주 열리는 것도 아니다. 2년 전 유에프시를 인수한 WME-IMG는 전 세계 156개국에 2억6000만명의 팬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맥그리거의 도를 넘는 트레쉬 토크와 주차장 버스 습격 등 현행법을 어기는 일까지 서슴없이 일으키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맥그리거는 대회를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소수민족인 다게스탄 출신의 누르마고메도프의 종교, 민족, 아버지까지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기가 세운 주류회사의 ‘프로퍼 넘버 트웰브’ 위스키를 들고나와 마시고, 누르마고메도프에게 권하는 등 홍보 활동도 했다. 앞서 맥그리거는 4월 뉴욕주 바클레이스 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유에프시 선수들이 탄 버스를 습격해 손수레로 버스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는 선수들이 다치기도 했으나 유에프시에서는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유에프시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도를 넘어선 트레쉬 토크를 방치하고, 맥그리거의 버스 습격 등 범법행위까지 용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나 화이트 유에프시 대표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유에프시 229 대회를 승인했던 미국의 네바다주체육위원회는 조만간 ‘장외 싸움’을 벌인 이들에게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상금 200만달러를 받지 못한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누르마고메도프와 링 위에서 싸움을 벌인 맥그리거 모두 징계 대상이다.

장익영 한체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스포츠를 학문적으로 정의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대중의 요구와 그걸 소비하는 소비층에 의해 스포츠가 정의되는 상황이다. 네바다주체육위원회가 규정에 따라 징계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아수라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가 유에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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