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시 토크(Trash talk)는 ‘쓰레기 말’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약을 올리는 스포츠 심리전의 하나다. 고 무하마드 알리도 1960~1970년대 ‘떠버리’의 진면모를 보였다. 농구, 야구, 축구, 아이스하키, 레슬링 등 프로 종목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종합격투기 대회인 유에프시(UFC)에서도 트래시 토크는 경기 흥행 요소로 사용돼왔다. 유에프시 최고 스타인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는 몸싸움뿐 아니라 말싸움으로 상대를 자극해 미디어와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에프시 229 대회를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라이트급 경기에서 맥그리거의 항복을 받은 러시아의 하비프 누르마고메도프가 링을 타고 넘어가 상대 스태프와 충돌하는 싸움판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맥그리거도 상대편 팀원들과 링 위에서 치고받았다. 대회 전 맥그리거가 누르마고메도프의 종교, 민족, 아버지까지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은 게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유에프시는 1993년 첫 유료 중계 시작 이래 ‘막싸움’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도핑과 부상선수 보호 등의 규정이 엄격하고, 기술적으로도 복싱, 유도, 레슬링, 주짓수, 무에타이, 킥복싱 6가지에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유에프시를 인수한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WME-IMG)는 세계 156개국에 2억6천만명의 팬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에프시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도를 넘어선 트래시 토크를 방치하고, 맥그리거의 버스 습격 등 범법 행위까지 용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반감이 커졌다. 대회를 승인했던 미국 네바다주체육위원회는 조만간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트래시 토크가 빌미가 된 유에프시의 아수라장 이미지가 격투기 스포츠 흥행에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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