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부산 케이티 감독이 2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지시하고 있다. KBL 제공
부산에 농구 바람이 불고 있다. 관중석에선 감독을 연호하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최하위 부산 케이티(kt) 이야기다.
돌풍의 진원지는 올 시즌 케이티 사령탑으로 부임한 서동철(50) 감독. 리더십의 비결을 묻는 말에, 서 감독은 “그런 것 없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파악과 전술의 디테일에 강한 그가 팀을 개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1일 현재 케이티는 10승(6패) 고지에 올랐다. 지난 시즌 총 승수(10승44패)를 이미 채웠다. 선수들은 ‘어떤 팀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다’고 강조한다. 시즌 전 안팎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은 팀이 아니다.
케이티는 김영환을 제외하면 선수 대부분이 젊다. 서 감독은 권위를 버리고 선수들과 ‘감정이입’하면서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그는 “내가 선수로 뛰던 옛날과 다르다. 요즘 세대의 생각에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훈련할 때도 시간보다는 효율을 중시한다. 때에 따라서는 통으로 휴식을 준다. 대신 훈련 땐 집중력을 강조한다. 양홍석(평균 10.6 득점), 김민욱(평균 9.4득점), 박지훈(평균 5.6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득점과 튄공잡기에서 크게 좋아졌다.
실전에서 승리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가장 큰 변화다. 서 감독은 “1승1패, 1승1패로 50%의 승률을 갖고 간다는 계획이 이뤄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까다로운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 중 서 감독의 불호령은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막판 체력이 소진될 때 따끔한 질책은 남아 있는 힘을 모두 소진하도록 만든다.
서 감독이 ‘매의 눈’으로 외국인 선수를 낙점한 것도 케이티 상승세의 배경이다. 장신 외국인 선수 마커스 랜드리(33)는 득점력과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는 모범적인 생활로 기여한다. 부상 중인 단신 데이빗 로건은 현란한 스텝으로 최근 3경기 연속 3점슛 6개를 성공시키는 등 외곽 화력을 지원하고 있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케이티가 질 것 같은 경기에서 이기고, 박빙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팀 색깔이 끈끈하게 바뀌었다. 젊은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이 서 감독 아래서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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