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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아이스하키 ‘감동’ 벌써 잊었나 / 김창금

등록 2018-11-26 17:13수정 2018-11-26 20:18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지난 2월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일본과의 경기에서 진 뒤 서로 위로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지난 2월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일본과의 경기에서 진 뒤 서로 위로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8년 1월16일 밤 벌어진 일이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밤늦게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다급하게 진행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조 요청 때문이었다. 노 차관은 1시간 이상 낮은 자세로 선수들과 아이스하키협회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단일팀 구성에 반발했던 세라 머리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노 차관의 진지한 자세에 누그러졌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했다. 대통령은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단일팀 얘기를 꺼냈다.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과 북이 하나의 팀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말처럼 됐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대박이었다. 북한 미사일 실험 등으로 위기에 빠졌던 평창올림픽은 단박에 살아났다. 내외신의 관심, 국내 흥행, 평화올림픽 유산 등 성공한 대회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이스하키 덕분이었다. 정치적으로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등 남북관계의 질적인 전환을 몰고 왔다.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아이스하키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상무가 내년 1차 선수모집 대상에서 남자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겨울올림픽 종목 모두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상무팀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널리 퍼지면서, 상무 입대를 준비한 선수들은 공황에 빠졌다. 현역 입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아이스하키 선수에겐 은퇴를 의미한다.

국군체육부대 상무는 1984년 창설됐다. 애초부터 하계 종목만 편성해 종목 간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2012~19년 한시적으로 아이스하키 등 동계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여름 종목에서 인원을 빼서 만들었기에 아이스하키계는 늘 불안해했다. 그러던 게 1월의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달라졌다. 정부가 ‘올림픽 뒤에도 상무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정부 정책은 신뢰가 중요하다. 책임질 일이 있을 땐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하고 조율해야 한다. 필요할 땐 손을 내밀었다가 나중에 ‘약속은 규정력이 없다’는 듯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곤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계기로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태강 차관도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모든 것이 허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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