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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평등의 올빼미들’ 퍽 하나로 스트레스 훌훌

등록 2018-12-05 14:56수정 2018-12-05 19:37

아자아자 생활체육 ② 아이스하키 동아리
성남의 한라프리미어리그 1, 2부 동호회 리그 현장
‘아이스하키 로망’ 찾은 아마추어 열기로 후끈
대관시간 짧아 밤 늦게 경기해도 만족감에 짜릿
엘리트 아니지만 풀뿌리 아이스하키의 토양 다져
4일 밤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한라프리미어하키리그 챌린지 경기에 앞서 아이스 텍과 아이스 스파이더 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4일 밤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한라프리미어하키리그 챌린지 경기에 앞서 아이스 텍과 아이스 스파이더 팀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쉬~익, 쉬~익. 급회전 스케이팅에 얼음이 물보라처럼 인다. 따~악, 따~악. 고무퍽이 펜스를 때리며 울린다. 안면을 완전히 둘러싼 보호망과 헬멧, 두툼한 장비에 유니폼을 입고 거침없이 내달릴 땐 프로선수 같다. 종종 자기편끼리 부딪쳐 넘어지고, 골문 앞에서 퍽을 헛 때려 혼자 넘어지는 민망한 장면도 나오지만, ‘애교’랄까. 선수들은 마냥 진지하고 들떠 있다.

지난 4일 밤 자정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안 빙상장. 아이스하키 동호인리그인 2018 한라프리미어하키리그(HPHL) 챌린지 경기(10개 팀)에 나선 아이스 스파이더와 아이스텍 선수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열기를 높인다. 주심을 맡은 김민기 성남아이스하키협회 사무장은 “장비 무게가 있고 온갖 근육을 다 써야 하는 운동이기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모두 직장인들이라 이렇게 스피드한 경기를 하면서 피로를 날려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스파이더의 골리를 맡은 회사원 김광복(48)씨는 “축구를 좋아하다가 아이스하키에 빠진 지 5년 됐다. 1년 전부터는 골문을 지키는데 격렬한 움직임과 박진감의 매력이 대단하다. 경기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2~3시가 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4일 밤 열린 경기에서 아이스 스파이더 선수들이 동료와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일 밤 열린 경기에서 아이스 스파이더 선수들이 동료와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인, 자영업자, 전문직, 학생 등 다양한 선수로 구성된 동호회의 최우선 정책은 안전이다. 자체 규정도 엄격해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는 체킹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보호장비가 있어 안전하지만, 심하게 파울을 할 경우 3경기 출장정지라는 페널티도 있다. 그래도 거칠게 굴면 영구퇴출이다.

15명 안팎의 선수로 구성된 팀은 남녀 구분을 하지 않는다. 이날 스파이더 팀의 홍일점으로 출전한 30대 회사원 김희원씨는 “친구 소개로 4년째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자기가 알아서 뛰기 때문에 여자라고 적응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다”고 했다. 감독, 코치도 없어 힘들면 쉬었다 가는 식으로 선수들끼리 알아서 교체한다. 이런 방식은 선수 전원이 출전하는 아이스하키의 평등 정신과 우애감을 높인다.

다만 시민들을 위한 일반개장, 실업팀 훈련 등으로 대개 밤 10시30분 이후에 링크 대관이 가능해, 모두가 ‘올빼미’가 되지 않으면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없다. 1부의 챔피언리그 5개 팀과 2부의 챌린지리그 10개 팀 등 15개 팀이 월~금요일 사이에 최소 한번 경기를 소화하기도 빠듯하다. 참가를 원하는 동호회를 더 받을 수 없는 이유다.

4일 밤 열린 경기에서 아이스 스파이더의 한 선수가 2분 페널티가 끝나자 링크로 들어가고 있다.
4일 밤 열린 경기에서 아이스 스파이더의 한 선수가 2분 페널티가 끝나자 링크로 들어가고 있다.

3개월 단위로 1년에 4번 시즌을 치르는데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지난 3일 밤 챔피언리그 경기에 참여했던 리볼츠 팀의 백성수(39)씨는 “11년째 하키를 하면서 하체근육이 엄청 좋아졌다. 선수 개인별로 경기당 평균 2만원을 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운영 주체인 한라프리미어하키리그(www.hphl.kr)는 팀 순위와 골, 도움 등 각종 기록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려 주고 전광판도 관리한다.

김민기 사무장은 “선수로 뛰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의 기본 레슨(월 20만원)이 필요하고, 급정거와 회전, 후진까지 숙달해야 하지만 실전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평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준비한 선수들의 꿈은 득점하거나 도움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승패(아이스 텍의 2-1 승)와 상관 없이 유니폼 아래서 모락모락 나는 김처럼 선수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하다. 초·중·고·대학·일반 등록선수 3052명의 열악한 한국 아이스하키의 토양은 풀뿌리 동호인들의 확대로 풍부해지고 있다.

성남/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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