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대 케이비엘(KBL) 총재 등이 31일 밤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엘지와 케이티의 ‘농구영신’ 경기 때 농구공 모형의 종을 치며 새해를 알리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마케팅 ‘농구영신’만 같다면?
31일 밤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엘지(LG)와 부산 케이티(kt)의 경기가 시즌 최다인 7511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마케팅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다시 알렸다. 밤 11시 시작돼 하프타임 때 ‘제야의 종’을 타종하고, 새해에 후반전을 시작한 것은 겨울철 실내종목인 농구의 특성을 100% 살린 기획이었다. 경쟁자인 프로배구가 비슷한 행사를 하고 싶어도 농구의 선점효과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미국프로농구(NBA)에도 농구를 통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농구영신’은 없다.
3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엘지와 케이티의 ‘농구영신’ 경기에서 다양한 축하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KBL 제공
농구영신 아이디어는 2016년말 케이비엘(KBL)과 10개구단 사무국장, 주관방송사인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3자의 워크숍 뒤 뒤풀이 자리에서 나왔다. 곧바로 실행에 옮겨, 그해 31일 고양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서울 에스케이의 농구영신 만원(6083명) 경기가 열렸다. 2017년 말에는 두 팀이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역시 만원(5865명) 리턴 경기를 펼쳤다. 3회째인 이번 엘지와 케이티의 농구영신에는 밤 11시에 경기를 시작해 새해를 맞는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31일 창원체육관에서 ‘농구영신’ 경기를 편 엘지 선수들이 안방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는 학생 등 젊은 층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시즌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휘슬을 자주 불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많이 연출하고 있다. 시즌 초반 전년보다 10% 가까이 떨어졌던 관중 수도 본격적인 방학 시즌이 시작되면서 회복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날 열린 3개의 경기는 만석을 이루기도 했다. 케이비엘 관계자는 “침체기가 있었지만 가만있으면 죽는다. 무엇이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비엘은 올해 올스타전도 20일 창원에서 개최한다. 2017년 부산 올스타전 때 1만1000명이 몰린 것처럼 대박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농구영신 이벤트를 관중이 좋아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선수들은 밤늦게 경기가 열리기는 것을 고려해 신체리듬을 살피고, 부상에 더 조심해야 한다. 팬을 위한 연맹이나 구단의 프로모션 노력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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