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종목 단일팀이 가능할 것인가?
남북 당국이 2032 남북 공동올림픽을 추진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단일팀 구성이다. 대체적으로 단일팀으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평화 올림픽의 팡파르를 울리면서 남북 두 나라 선수들이 대결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2032 남북 공동올림픽 때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남북 양쪽에 주는 것도 경기 운영상 복잡한 문제가 된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남과 북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나눠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회 출전은 한반도 단일팀으로 하는 것이 공동올림픽 개최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해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올림픽 본선을 보름 앞두고 급작스럽게 이뤄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결과적으로 평창올림픽 성공의 기폭제가 됐지만, 구성 단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거셌다. 개인·단체 종목별로 남북의 이해가 다르고, 경기력에서도 종목별 차이가 있다. 탁구의 경우 남북 교류가 오래됐고, 지도자 간 친분도 작용하면서 2018 세계대회 도중에 여자부 단일팀이 결성됐다. 하지만 남자축구처럼 전력 차이로 단일팀 논의 자체가 힘든 경우도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조정·카누·여자농구 등에서 단일팀이 이뤄졌다.
전 종목 단일팀을 이루기 위해선 10여년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내부 경쟁을 통해 우수 선수를 발굴한다면 남북 모두 양적 균형을 맞추는 데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2020 도쿄, 2024 파리,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점진적으로 남북 단일팀의 규모와 내용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이 2월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날 때도 2020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협조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의 유소년 선수들이 상시적으로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비무장지대(DMZ) 접경지대에 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 이른바 ‘꿈나무’ 선수들의 합동훈련 등 상시적 교류 환경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팀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을 받게 되면 참여 선수들은 2032년쯤엔 기량이 최고에 오르는 선수 생활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남북한의 정세가 급변하더라도 ‘스포츠 평화 존’이 구성된다면 정치적 긴장을 흡수하는 완충지역 구실도 할 수 있다.
배후 도시에 숙박시설이 있다면 운동장과 체육관, 체력단련장, 스포츠의과학교실 등으로 단출하게 꾸릴 수 있다. 가령 경기도 파주는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후보지로 거론될 수 있다.
남북 공동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이 주도가 된 아이오시가 세계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남북한은 2032년 공동올림픽까지 6차례의 여름·겨울 올림픽에서 한배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기간에 남북 체육 당국이 머리를 맞대며 단일팀 구성을 위한 기술적인 노하우를 익히고,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2032 올림픽 전 종목 단일팀 출전도 꿈만은 아니다. 당장 2020 도쿄올림픽은 2032 공동올림픽 전 종목 단일팀 완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