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수영의 간판 김서영이 14일 서울 강남의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여자 박태환’이라고 불러줘 고마워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냥 김서영’이 될 거예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여자 선수로는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잔뜩 들뜰 수도 있었지만 이후 전국체전과 각종 전지훈련까지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이것이 수영선수의 운명이다. 0.1초를 단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라고 했다.
14일 서울 강남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서영(25·경북도청)은 2020 도쿄올림픽을 빛낼 한국 수영의 간판이다. 아시안게임 200m 금메달(2분08초34)은 라이벌 오하시 유이를 제압한 것이어서 더 값졌다. 김인균 경북도청 감독은 “목표가 뚜렷하고 정신적 무장이 잘 돼 있다. 신체는 작지만 유연성과 밸런스, 부력이 뛰어나 일을 한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 4가지를 모두 잘하는 만능 선수여야 가능하다. 한 가지도 힘든데 4가지를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국내엔 선수도 많지 않다. 더욱이 체격조건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키 1m64의 김서영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올라오고, 일본의 오하시 역시 강력한 라이벌을 형성하면서 세계 수영계가 두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문선수의 길을 걸어온 김서영은 “여러 종목을 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한 가지만 하는 선수보다 할 일이 많지만, 반대로 잘 안되면 한 종목만 골라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웃었다. 다행히 김서영은 고교 1학년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부터 주목받는 선수로 떠올랐고, 이제 박태환에 이어 두번째로 올림픽 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혼영은 도중에 영법을 바꿔야 한다. 이때 에너지의 소모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동작을 만들어내야 한다. 장점인 배영의 스피드를 살리면서 가장 힘들 때 들어가는 평영을 보강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김인균 감독은 “올해까지는 잘 되는 부분 위주로 훈련을 집중하고 내년에는 평영을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서영은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훈련한 뒤, 2월엔 일본 전지훈련을 떠난다. 모든 훈련의 초점은 7월 광주에서 열리는 2019 세계수영대회에 맞춰져 있다. 김서영은 “2020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가고 있지만 세계대회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강자인 카틴카 호스주(헝가리), 일본의 오하시 등과 접전이 예상된다.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있기에 기대감도 크다. 그는 2년 전 혼영 200m 세계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2분10초대에 들어왔고,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2분8초대에 진입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2분7초대 승부를 걸어야 한다. 김인균 감독의 집중지도를 받으면서 일취월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기록(2분06초12)에도 도전한다.
한겨울에도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하루 4~5시간 7000m를 주파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른쪽 어깨 부상도 늘 따라다닌다. 손도 발도 작다. 하지만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영리하고 물 잘 타고, 정신력이 살아있다”고 칭찬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하루 반 정도의 자유시간은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은 부모님의 선물이다. “태환이 오빠랑 가끔 연락하는데 ‘자신을 믿으라’고 해요. 오빠처럼 꼭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의 각오가 당차다. 글·사진/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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