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지기에서 못말리는 선수 도우미로
러시아의 상트페트르부르그에서 열리는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중인 한국선수단에는 숨은 ‘도우미’가 있다. 바로 한국팀 선수단장인 유동화(53·?5c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상임 부회장이다. 지난 2월 비경기인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협회 상임부회장을 맡은 그는 지난 10일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선수단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숙소에서 체육관을 오가는 셔틀버스 안에 러시아 노래만 나오자, 그는 현지 유학생들에게 부탁해 가요 테이프를 구했고, 주최국 러시아와의 경기 때는 교민과 유학생 응원단을 위해 사비를 털어 빵과 음료수 등 먹거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유 단장이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2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핸드볼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배재고 시절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는 선배의 권유로 핸드볼 동아리에 들아가 문지기를 봤다. 졸업 뒤 수출업체에서 근무해 외국생활이 잦았던 그는 89년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핸드볼에 빠져들었다. 그는 순수 아마추어팀인 2부 대학 활성화운동에 뛰어들어 4개에 불과했던 팀을 11개로 늘렸다. 외대와 서울대 등은 2부 대학팀으로는 이례적으로 일본 대학들과 교류전도 가졌다.
95년부터는 생활체육핸드볼운동을 벌여 참가팀이 무려 40여개에 이르기도 했다. 마침내 생활체육핸드볼운동 10년 만인 2004년에는 핸드볼 종목을 국민생활체육연합회에 가입시켰다. 이런 와중에도 집안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선수들을 위해 주머니를 털어 남모르게 돕기도 했다.
핸드볼에 열과 성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자연히 핸드볼협회에도 알려졌고, 2000년 핸드볼협회 정형균 당시 전무이사의 권유로 협회 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대학연맹 회장에 당선돼 1년여 만에 재정을 흑자로 돌려놨다. 남는 돈으로 대학 지도자들이 견문을 넓히도록 올 들어 두차례나 세계대회에 파견했다. 또 국내 대학대회 때 일본팀을 참가시켜 교류의 문을 열었고, 11년만에 2부 대학대회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그는 “2부 대학 선수들은 졸업하면 최고의 핸드볼 팬이자 서포터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 3천여명이 등록된 인터넷 카페모임 ‘핸드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핸아사)을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린다. 그만큼 ‘핸아사’에 애정과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상트페트르부르그/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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