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이’ 이상호가 17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평창에서 열린 2018~2019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예선에서 슬로프 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상호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상호 슬로프’에서 첫 메달을 땄다. 평창올림픽 은메달 이후 변화를 준 장비에도 적응을 마쳤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24)는 17일 강원도 휘닉스 평창의 이상호 슬로프에서 열린 2018~2019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 3~4위전에서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보르몰리니를 1.39초 차로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4강전 막판 미끄러지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린 게 아쉬웠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코스에서 열린 첫 국제대회에서 입상해 자신감을 충전했다. 우승은 오스트리아의 백전노장 안드레아스 프롬메거가 차지했다.
이상호는 이날 예선 4위로 16강에 오른 뒤 16강에서 세계 1위 롤랑 피슈날러, 8강전에서 팀 마스트낙을 꺾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실뱅 뒤푸르와 벌인 4강전에서 막판 실수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이틀간 대회가 두 차례 열렸는데, 이상호는 전날 대회에서는 예선 1위로 16강에 올라가 5위를 차지했다.
이상호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은 2016년 12월 이탈리아 카레차 대회(4위), 2017년 3월 터키 카이세리 대회(2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 선수가 스키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2017년 3월 터키 카이세리 대회 때 이상호와 최보군(3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자주 열릴 뿐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실력차가 거의 없다. 이상호의 월드컵 입상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연습해 ‘배추보이’ 별명을 갖고 있는 이상호는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 한국 스키종목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이후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스노보드의 길이를 조금 늘렸고, 일시적으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제 완전히 적응했다.
여자부에서는 장서희(17)가 22위를 기록했고, 전날에는 정해림(24)이 8강에 들었다. 여자부 우승은 라모나 호프마이스터(독일)가 차지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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