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킴’의 고발은 사실이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를 키웠다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을 억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강정원 체육협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팀 킴은 평창올림픽 포상금과 후원금 9386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강정원 협력관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경상북도체육회 컬링팀 및 여자선수단에게 지급된 후원금, 격려금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통장(또는 현금)에 보관하고 있었다. 특별 포상금 5천만원도 선수들의 동의 없이 경상북도컬링협회 수입으로 계상했다”고 밝혔다. 선수들한테 주기로 한 돈을 쥐고 있거나 다른 곳에 넣어 둔 것이다.
2015년 이후 팀 킴의 각종 대회 출전 상금을 관리해온 장반석 믹스더블팀 감독은 상금을 축소해 입금하고, 지도자 성과급을 중복 제출하는 등 308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역시 팀 킴에게 돌아갈 돈이 떠버린 셈이다.
선수들에게 전달되는 소포가 일부 뜯어져 전달됐고, 김경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의 폭언 등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편지가 뜯어져 전달됐다는 주장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김경두 회장 직무대행은 친인척을 대표팀이나 경북도컬링연맹 지도자로 채용하는 등 조직을 사유화했다. 김 회장은 조카를 국가대표 전력분석관으로 채용했고, 면접에는 딸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과 사위 장반석 감독이 참여했다. 김 회장의 장남은 군 제대 후 경북도체육회컬링팀에 재입단할 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않았다.
2010년 경북도체육회 컬링팀 창단을 주도하고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권력을 독점한 김경두 회장의 전횡은 가속화했다. 자신의 부인, 장녀, 장남, 사위를 정당한 절차 없이 경북도체육회 컬링팀 지도자로 활동하도록 하고, 국가대표 지도자로 수당을 받거나 해외에 파견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드러났다. 의성컬링장도 개인소유처럼 운영하면서 김 회장이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은 2014년부터 5년간 약 5억9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지도자들 아래서 어려움을 겪은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은메달리스트 팀 킴은 망가졌다. 팀 킴은 지난해말 김경두 회장 일가에 대한 공개 고발 이후 최근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달 전국체전에서는 현 국가대표를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어서 조만간 대표팀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동감사반은 김 회장 가족 3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징계요구, 환수, 기관경고, 개선 등 총 62건의 감사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강정원 체육협력관은 “이번 감사를 통해 체육현장에서 선수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결과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만든 ‘스포츠혁신위원회’에 보고하고, 이후 위원회와 함께 선수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