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재영.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프로배구 2018~2019시즌은 국내 레프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때 프로배구는 ‘몰빵배구’라는 표현처럼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격 전담 포지션인 오른쪽 공격수와 달리 왼쪽 공격수는 리시브에도 가담한다. 상대가 서브로 집중 공략하면 리듬이 흔들릴 수도 있어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여자부 이재영(23·흥국생명), 박정아(26·한국도로공사)와 남자부 전광인(28·현대캐피탈), 정지석(24·대한항공) 등이 올해 레프트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재영과 박정아는 득점부문에서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각각 2위(624점)와 4위(588점)에 올랐고, 전광인과 정지석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이재영은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챔프전 3, 4차전에서는 팀 공격의 40% 이상을 담당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과 다른 올 시즌에 대해 이재영은 “(김)세영 언니와 (김)해란 언니 등 다른 선수들이 뒤를 잘 받쳐줬기 때문에 걱정 없이 자신 있게 했다”고 겸손해했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박정아는 이미 검증된 국내 최고의 공격수다. 챔프전에서는 지친 모습으로 공격력이 다소 무뎠지만 유일하게 4번이나 정상을 맛본 선수다. 시즌 초 외국인 선수 부재 속에서도 팀을 지킨 그는 도로공사 이적 이후 팀을 2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려놓았다.
현대캐피탈 전광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전광인은 이번 시즌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하며 한을 풀었다. 올해 득점은 10위(466점)로 역대 최소득점에 그쳤지만 가장 많은 1010개의 서브를 받았다. 수비 부문(디그+리시브)에서 세트당 5.262개로 전체 1위다.
대한항공 정지석.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정지석은 비록 통합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부진했던 가스파리니의 빈자리를 메우고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득점 9위(548점), 공격성공률 3위(55.28%), 수비 2위(세트당 5.121개) 등 전 부문에서 약점이 없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려졌던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배구의 인기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시즌 남녀 포스트시즌 시청률은 지난해의 두배 가량에 이른다. 치열한 순위 다툼도 있었지만 이런 특급선수들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네 선수는 다음달 1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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