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여자프로농구 통합우승을 일군 안덕수(오른쪽) 케이비(KB)스타즈 감독과 박지수 선수가 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근처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삼촌이 좋아, 감독이 좋아?”(안덕수 감독)
“삼촌이 더 좋았는데…”(박지수 선수)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통합우승의 주인공인 안덕수(45) 케이비(KB)스타즈 감독은 팀의 ‘기둥’ 박지수(21)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프로농구 삼성 시절 박지수의 아버지 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과 숙소에서 한방을 쓴 인연으로 박지수를 어린 시절부터 알아온 터다. 어린 시절 박지수도 안 감독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팀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면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안덕수 감독은 “팬들이 나보고 무섭게 생겼다고 하는데 겉보기와 다르다. 젊은 감각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선수들 가르치는데 너무 열성적이다.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장단을 맞췄다.
슈터 출신의 안 감독은 일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왔다.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잠깐 했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실업팀에서 9년간 코치수업을 받았다. 강·온 양면의 리더십을 갖춘 그는 코치진한테 “선수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선수들이 그런 노력을 더 잘 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부임 3년 만에 팀을 3위→2위→1위로 끌어낸 것은 그의 역량을 방증한다.
비교적 단신인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을 뽑은 것은 박지수와 호흡을 위해서였는데 적중했다. 강아정, 심성영, 염윤아 등 선수들의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한 박지수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우리은행의 6년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과제도 많다. 쏜튼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다음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새로 열린다. 박지수는 또 미국여자프로농구에 진출한다. 다른 팀의 경계심도 커졌다. 6월 재소집 때는 2연패를 위한 구상을 새로 짜야 한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는다. 안 감독은 “고집스럽게 내 것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골밑만 아니라 외곽 일대일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전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에 뽑힌 박지수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눈물 많고 정 많은 선수다. 그는 “안 감독님 아래서 우리 선수들은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화학적으로 뭉친 팀은 다르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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