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21일 저녁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기-승-전-현대모비스….
“끝내고 싶다”는 의지는 강했고, 숨쉴 틈을 주지 않는 명승부는 결국 막판에 갈렸다. 입석까지 가득 찬 6000여 관중은 힘찬 박수로 농구의 진수를 보여준 양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유재학 감독의 울산 현대모비스가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92-84로 이겨, 4승1패로 4년 만에 대망의 트로피를 챙겼다. 정규리그에 이은 통합 우승.
최우수선수는 기자단 투표 80표 가운데 37표를 차지한 현대모비스의 이대성이 차지했다. 가드 이대성은 이번 시즌 한 차원 다른 ‘여유’와 슛 능력으로 적지 3·4차전 승리를 이끄는 등 챔피언전 제패에 큰 힘을 보탰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새로운 기록도 여러 개 작성했다. 전신인 기아 시절까지 포함해 역대 최다인 7번의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각각 감독과 선수로 6차례 챔피언전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최다 기록이다. 귀화 선수 라건아 또한 2012년 현대모비스를 통해 케이비엘(KBL) 무대를 밟은 이래 유재학 감독 아래서 4차례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됐다.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혔던 현대모비스는 ‘꾀주머니’ 유재학 감독의 치밀한 팀 조련 아래 분업농구와 조직력을 자랑했다. 2004년 현대모비스 ‘입사동기’인 만능 살림꾼 양동근이 코트에서 팀의 중심을 잡고, 그 둘레에 함지훈과 라건아, 일취월장한 이대성이 뭉치면서 그야말로 최강이 됐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선수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수훈선수”라고 강조했다. 문태종, 오용준, 박경상 등의 숨은 활약을 칭찬한 것이다.
경기는 시종 치열한 백중세였다. 강온 양면의 용병술을 갖춘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열정으로 맞서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찰스 로드와 정효근, 강상재 등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전자랜드의 대체 외국인 선수인 단신 가드 투 할로웨이는 현란한 드리블 능력으로 종횡무진하며 현대모비스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전반 39-43으로 뒤졌던 현대모비스의 저력은 3쿼터부터 폭발했다. 시발점인 양동근의 연속 득점으로 전세를 뒤집은 뒤 섀년 쇼터, 함지훈, 이대성 등의 외곽포와 골밑 득점으로 우위를 빼앗기지 않았다.
결국 3쿼터에 65-60으로 전세를 뒤집은 현대모비스는 4쿼터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 정상적인 플레이 리듬으로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방심을 가장 경계했다”던 유재학 감독도 4쿼터 중반 시간에 쫓기며 3점슛을 꽂은 양동근의 득점으로 13점 차(81-68)로 격차가 벌어지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록 졌지만 유재훈 감독이 이끈 전자랜드의 팀 색깔도 인상적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강팀이 되는 과정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울산/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현대모비스 라건아(오른쪽)와 전자랜드 할로웨이가 21일 저녁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리바운드 싸움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