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를 2018~2019 시즌 준우승으로 이끈 유도훈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열정 온도 100도랄까?
레이저 눈빛에 격정적인 몸짓이 뜨겁다. 목숨을 건 듯한 ‘작전 지시’에 선수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지켜보는 팬들도 빨려 들어간다. 한번도 허투루 넘어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그건 ‘삶은 전쟁’이라는 프로 정신 때문 아닐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52)은 이번 시즌 또다시 변신했다. 만년 플레이오프 진출 팀에서 챔피언전 진출팀으로 팀 이미지를 바꿨고, 이젠 “정규우승이 목표”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시즌 정규 2위, 창단 이후 첫 챔피언전 준우승 성적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강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고, 실제 정효근과 강상재는 국가대표급으로 부쩍 컸다.
30일 만난 유도훈 감독은 “제가 한 일은 없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합심해 일군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많이 뛰고, 똘똘 뭉치도록 움직인 힘은 감독에게서 나왔다.
그는 리더십의 목표를 “기본기”로 설명했다. “빠른 공수전환” “리바운드 가담” “수비” 세 가지가 핵심이다. 모든 감독이 알고 있고, 모든 선수도 안다. 하지만 실행하기는 힘들다. 몸에 배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아무리 바빠도 기본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스톱 시킨다”고 했다. 경기 중 작전 시간 때 강렬한 눈빛으로 선수를 쏘아보는 것은 진심이다. “선수는 실수할 수 있다. 실수 안 하면 연봉 더 줘야 한다. 하지만 기본을 잊으면 낙제점이다.”
선수들의 멘털도 고도의 계산 속에 단련시킨다. 경기 중 승부처에서 공 줄 곳만 찾으며 주춤하는 국내 선수를 불러, “외국 선수만 찾으면서 ‘떡 사세요!’ 하느냐”고 질책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는 “져도 좋다.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 그게 경험이 되고 결국 해결사로 크는 길이다. 국내 선수들도 스스로 몸값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를 2018~2019 시즌 준우승으로 이끈 유도훈 감독.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자랜드는 기성품 특급 선수를 사서 쓰는 팀이 아니다. 잠재력 있는 선수를 데려와 쇠를 담금질하듯 벼리고 벼린다. 훈련 강도가 센 편이다. 물론 전략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차바위는 대학 시절 센터였지만 “납 조끼를 입히고 훈련을 소화시키며” 슈터로 개조했다. 이대헌은 올해 챔피언전에서 모비스 라건아와 맞짱을 뜨도록 배치하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묵묵한 정영삼은 팀 규율을 잡아준다.
특정 선수가 30분 이상 뛴 적이 없을 정도로 가성비 높은 팀 운영을 하면서 끈끈한 팀 색깔을 만들었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를 키워서 가치를 높이면 구단과 농구판 전체가 득을 본다. ‘연봉 1억원짜리 선수를 6억원짜리로 만들기 위해 5억원을 투자해도 좋다’는 홍봉철 구단주의 아낌없이 지원과 신뢰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안방 17연승과 챔피언전 만원 관중은 팀이 인천, 부천의 ‘감동랜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휴식도 잠시, 유도훈 감독은 이미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정효근의 상무 입대 공백에다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폐지 등 제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매 쿼터 외국인 선수 한명만 투입하기에 국내 선수의 비중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팔색조 전술로 각 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맞춤 전술을 짜는 데 이력이 난 유도훈 감독은 두려움이 없다. 그래도 지도자의 길은 힘들다. 그는 “선수의 능력을 100% 끌어내는 것은 아마 평생의 숙제가 될 것 같다. 다만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선수가 프로이고, 그런 프로를 만들어 나가는 게 감독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를 2018~2019 시즌 준우승으로 이끈 유도훈 감독.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