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 강태구 감독 “어린선수들 가능성 충분”
여자핸드볼 강태구 감독 “어린선수들 가능성 충분”
그는 담담했다. 한수 아래로 여겨온 네덜란드에 이어 7~8위전에선 브라질에도 졌지만 그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19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세대교체를 단행한 대표팀을 이끌고 24개팀 중 8위에 그친 강태구(46·사진·부산시설관리공단) 감독. 그는 “다른 팀들이 스카이슛 등 한국 만의 장기를 답습하고 있다”며 “우리 선수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대회 마지막날 각 팀 선수단이 묵었던 러시아 프리발티스카야호텔에서는 폐막파티가 열렸다. 강 감독은 이 자리에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맞수’ 덴마크의 한 선수가 “한국은 올림픽만 중요한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느냐”며 강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한국은 올림픽이 끝난 뒤 세대교체기에 있다”며 “다음 올림픽에서도 결승전에서 만나자”고 받아넘겼다.
강태구 감독은 올해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7살의 우선희가 주장을 맡았다. 홍정호 대신 합류한 허영숙과 무릎부상으로 수비만 한 허순영을 빼면 모두 우선희보다 나이가 어리다. 세대교체기에는 전력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강팀을 혼쭐내다가도 약팀에 꼬리를 내렸다. 강 감독은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시소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은 미래의 팀”이라며 “특유의 조직력과 고난도 기술을 완성해 한 단계 올라선 팀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러시아는 10연승 파죽지세로 우승컵을 거머쥐었으나, 한국에는 올해 6경기 만에 처음 이겼다. 강 감독은 이 대목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세계최강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팀이 한국이다. 이것은 한국여자핸드볼이 언제라도 정상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트페테르부르그/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