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의 신상우(오른쪽)-신상훈 형제가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에서 우애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동생보다 잘 해야죠.”(신상우)
“형이 있어 든든해요.”(신상훈)
반팔 티는 불거진 근육에 팽팽했다. 하체는 보디빌딩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강철 체력에 날카로운 눈매에서 ‘전광석화’처럼 움직여야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의 특성이 물씬 풍겼다.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 광장. 5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대회를 끝내고 귀국해 모처럼 휴식기를 보내는 둘의 표정은 5월의 햇살처럼 밝았다. “운동 안 하면 근육 빠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쉴 때는 쉬어줘야 한다. 아! 훈련 생각만 해도 힘들다”(형 신상우·30) “(근육이) 쉽게 빠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신경쓴다”(동생 신상훈·24) 는 답이 돌아온다.
각종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얼음판을 전력질주해야 하는 아이스하키는 피지컬을 갖추지 못하면 버티지 못한다. 이번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그룹A 6개 팀 가운데 한국팀의 평균신장(1m79)은 유일하게 1m80을 넘지 못했다.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른 신상훈은 1m71로 대회 참가자 중 최단신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헝가리, 슬로베니아, 벨라루시를 완파했다.
보디체크가 좋은 신상우는 “몸싸움을 피할 수 없지만 영리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해결사 신상훈은 “결국 타이밍과 생각의 속도로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키가 작으면 기동력과 스피드는 나을 수 있다. 이른바 ‘작은 고추’의 맹렬함이다.
10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온 형제애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신상훈은 “터놓고 얘기할 동료는 있다. 하지만 형은 또 다르다”고 했고, 신상우는 “형 노릇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팀내 경쟁은 기본이다.
지난 5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디비전1 그룹A 대회를 마친 신상우(왼쪽)-신상훈 형제가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둘의 포지션은 공격수다. 이번 대회 같은 라인(5명이 한조)에 배치돼 치른 첫 헝가리전(5-1 승)에서 형은 동생에게 두 차례나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동생은 한 골만 성공시켰다. 마지막 5차전 벨라루스전 4골 등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른 신상훈은 “도움이나 골 하나만 더 있었어도 최우수선수 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국은 3승2패로 벨라루스와 동률이었지만 승점 1이 뒤져 1~2위에 주어지는 내년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권을 놓쳤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한 건 자신감이다. 귀화 선수도 지난해 7명에서 3명으로 줄었지만 경기력은 더 좋아졌다.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의 신상우(오른쪽)-신상훈 형제가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우는 “과거엔 저들이 잘한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상훈은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톱 12팀들과, 5월 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 최고의 팀들과 싸웠다. 실전 체험을 통해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전후 6개월간의 시간이 팀을 확 바꿔놓은 것이다. 백지선 감독도 내년 다시 한번 월드챔피언십 도전을 예고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신상우), 4살(신상훈)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둘은 안양 한라에서도 함께 뛰고 있다. 6월엔 대표팀 소집 훈련에 들어가고, 이후 소속팀에 복귀해 시즌을 준비한다. 고행의 연속이다. 하지만 신상우는 “우리는 프로다”라고 했고, 신상훈은 “후배들을 위해 뛴다. 그들에게 톱 무대에서 뛸 길을 열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씨름장사인 할아버지의 피를 받은 형제가 듬직하다.
성남/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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