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동안 덴마크 루마니아 체코 크로아티아 등의 에이전트와 클럽팀 관계자들이 한국 선수 6~7명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허영숙 우선희 김차연 최임정 문필희 송해림 등이었다. 특히 몇몇 선수에게는 파격적인 연봉과 주택·승용차까지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애초부터 ‘그림의 떡’이었다. 국내 선수들은 아마추어팀인데도 소속팀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이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팀 성적 때문에 우수한 선수일수록 팀에서는 더욱 옭아맨다. 소속팀(부산시설관리공단)에서 이미 은퇴한 허영숙(30)만이 후배들의 부러움 속에 국내 선수 사상 최고대우로 덴마크 KIF 콜링팀 입단이 확정됐다. 유럽 클럽 관계자들은 “왜 한국에서는 세계정상권 선수들을 유럽에 내보내지 않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선수들은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면 실업팀에 계약직 신분으로 입단한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계약금은 없고, 연봉도 2천만~3천만원에 불과하다. 1년마다 재계약하기 때문에 신분도 불안정하다. 그런데도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일반직장인과 달리 ‘이직의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이적동의서’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선수들이 소송을 걸면 승소할 확률도 높다.
이적동의서는 팀간 과열 스카우트 경쟁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3년이건, 5년이건 자유계약선수(FA) 기간을 정해 고참선수들이라도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여자핸드볼이 세계무대에서 또다시 유럽팀을 넘어설 수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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