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남자 최고령 출전자인 불가리아의 91살 선수 테네프 탄초가 14일 광주 남부대수영장 풀에서 연습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와우” “보기만 해도 숨차네요”
14일 오전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8월5일~18일) 남자 개인혼영 400m 60~65살 경기를 유튜브로 지켜본 시청자의 댓글엔 놀라움과 존경심이 묻어난다. 흰머리에 배나온 할아버지가 열심히 물을 지칠 때는 “나는 40대지만 저렇게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완주한 선수들은 다음 조가 출발할 때까지 물속에서 휴식한 뒤 풀을 빠져 나온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선수들의 여유와 온기가 느껴지는 게 마스터즈 대회의 풍경이다.
대회 남자 최고령의 불가리아 출신 테네프 탄초(91)는 이날 입국하자마자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연습에 들어갔다. 출전 종목도 다이빙을 포함해 11개로 가장 많다. 그는 연습 훈련 뒤 “나에겐 삶의 욕망이 있다. 욕망이 없으면 삶 또한 없다”며 한계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13일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여자 100m 자유형 경기에서 최고령인 아마노 토시코 할머니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앞서 13일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여자 최고령 일본의 아마노 토시코(93) 할머니도 휠체어로 이동하고, 스타팅 블록 위에 올라서지도 못한 채 출발했어도 완주를 해냈다. 4분28초06이어서 기록이라 할 수도 없지만, 그는 “땅에서는 무리가 있지만 물 속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다. 100살까지 대회에 나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13일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이동현 선수가 어머니와 밝게 웃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자폐장애 1급인 이동현(29) 선수에게 수영은 즐거움이다. 13일 자유형 100m에서는 1분4초50으로 조 3위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본 어머니 정순희(58)씨는 “동현이의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겨뤄 최선을 다했다. 물속에서는 어떤 장애도 편견도 없고 그저 공정한 경기만 있었다”며 아들을 대견해 했다.
1970년대 한국 신기록을 32차례나 갈아치운 최연숙(60) 선수는 2년 전 찾아온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아직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12일 800m에서 13분29초3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1970년대 당시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 10분5초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은퇴 뒤 37년 만의 도전, 그것도 6월부터 시작한 훈련 끝에 얻은 성과라 더없이 값지다.
1970년대 수영 국가대표였던 최연숙 선수는 뇌출혈 후유증에도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회조직위 제공
다이빙 경기장에는 멋지게 폼을 잡다가 머리가 아닌 배나 발로 물에 떨어져도 자기만족을 향한 선수들의 도전이 14일에도 이어졌다. 9일 오픈워터(3㎞) 55~59살 경기에서는 0.4초 차이로 1~2위가 갈리는 등 선수들의 의욕은 강하다.
9일 여수 해양엑스포공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55살~59살 남자 오픈워터 3km 경주에서 0.4초차로 금메달 딴 독일의 프루퍼트 미카엘 선수(왼쪽). 대회조직위 제공
한국 선수로는 최고령 조은영(81) 선수가 15일 여자 자유형 50m를 시작으로 모두 7개 종목에 참가하고, 남자 최고령 조용란(77) 선수도 17일과 18일 200m 및 50m 평영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번 대회는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FINA1908)를 통해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