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교포인 크리스티 안이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라트비아의 옐레나 오스타펜코 쪽으로 공을 받아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 아시아 ‘돌풍’이 몰아쳤다.
재미 교포 크리스티 안(141위·한국명 안혜림)이 1일(한국시각)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라트비아의 옐레나 오스타펜코를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오스타펜코는 프랑스오픈 우승 전력의 강자다. 앞서 크리스티 안은 1회전(128강전)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를 제압했다. 쿠즈네초바 역시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다.
크지 않지만 탄탄한 크리스티 안은 3일 새벽 벨기에의 엘리스 메르턴스(26위)와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크리스티 안은 2016년 유에스오픈 예선 결승에서 만난 메르턴스에 0-2(1-6 4-6)으로 졌다. 하지만 올해 7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16강전에서 메르턴스를 상대로 2-0(6-3 6-3)으로 설욕한 바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명문 스탠퍼드대를 나온 크리스티 안은 16살 때인 2008년 미국테니스협회(USTA) 내셔널 챔피언십 18살 부문을 제패한 유망주였다. 그해 유에스오픈 본선에도 나갔다. 하지만 이듬해 ‘번 아웃’(극도의 무기력증)으로 유에스오픈 예선 와일드카드를 포기하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
대학 졸업 뒤 테니스를 포기할까 마음먹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2017년 4월 여자프로테니스 투어 대회 16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국제테니스연맹(ITF) 대회 우승, 투어 대회 8강 등의 성과를 내면서 완전히 살아났다. 그해 9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 투어 코리아오픈에서 16강에 올랐다. 우리말도 잘 하는 그는 당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했다. 크리스티 안은 2017년 말 세계 105위까지 순위가 뛰어 올랐고 올해 유에스오픈 16강 진출로 상금 28만달러(3억3천만원)를 확보했다.
중국의 왕창이 지난달 27일(한국시각)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미국의 캐롤라인 돌레히드 쪽으로 포핸드 공격을 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중국의 왕창(27·18위)도 2일 16강전에서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세계 2위 애슐리 바티(호주)를 6-2 6-4로 가볍게 눌렀다. 왕창은 리나 이후 중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에스오픈 4강 진입을 노린다. 왕창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연말에 처음으로 랭킹 톱 20에 들었다. 4일 8강전 상대는 미국의 서리나 윌리엄스(8위)다.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22·1위)도 32강전에서 미국의 천재 소녀 코코 가우프(15)를 제치고 16강에 올랐다. 오사카는 3일 스위스의 벨린다 벤치치(12위)와 8강행을 놓고 다툰다. 오사카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이며, 올해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박원식 <테니스피플> 편집국장은 “여자 테니스가 평준화 돼 과거처럼 절대 강자가 없다. 대회마다 우승자가 달라지는 이유다. 크리스티 안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들 대부분이 미국의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면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가 1일(한국시각)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미국의 코코 가우프를 꺾고 기뻐하고 있다. 뉴욕/유피아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