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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동료들 토닥이는 ‘코트의 어머니’

등록 2005-12-27 19:57수정 2005-12-27 20:25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외국인 선수 타지 맥윌리엄스(가운데)가 지난 25일 남편 레지날드 프랭클린(오른쪽), 큰 딸 미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외국인 선수 타지 맥윌리엄스(가운데)가 지난 25일 남편 레지날드 프랭클린(오른쪽), 큰 딸 미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만나봅시다 여자농구 한국무대 데뷔 한달, 타지 맥윌리엄스 타지 맥윌리엄스
36살 최고령으로 ‘눈부신 활약’
거친 방어에도 화 내는 법 없어
“한국 잘 모르지만 선수들 멋져”

온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던 지난 25일. 30평 남짓한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서해아파트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단 숙소에 파티 준비가 한창이었다. 경기를 마친 외국인 선수 타지 맥윌리엄스가 유니폼 대신 근사한 옷을 입고 나타났다. 이날 경기에선 졌지만 그는 오랜 만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마냥 즐거운 듯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동부콘퍼런스 코네티컷 소속인 그는 이달 초 신한은행에 입단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 비시즌인 겨울에는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그리스 체코 터키 등 주로 유럽무대에서 뛰었는데, 올 겨울에는 한국을 택한 것이다. 그는 우리 나이로 36살인 두 아이 엄마다. 큰딸은 이탈리아에서 고등학교 졸업반에 재학중이다. 국내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고령 선수. 하지만 경기당 평균 29득점과 19튄공잡기 등 나이를 무색케하는 활약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번 겨울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맥윌리엄스가 경험한 한국여자농구는 어땠을까? “한국여자농구는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외곽슛이 좋다.” 이달 초 신한은행의 호주 전지훈련에 합류한 뒤 지난 19일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탓인지 “아직 한국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멋있는 것 같다”고 높은 점수를 준다.

이탈리아 주둔 미군인 남편 레지날드 프랭클린이 휴가를 얻어 두 딸 미쉘(17) 마야(3)와 함께 아내가 있는 한국을 찾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5년 전 지금의 남편과 재혼한 맥윌리엄스는 “가족들을 위해 농구를 한다”고 말할 만큼 가족사랑이 지극하다. 하지만 남편의 나이를 밝히지 않고, 둘째딸도 사진촬영을 허락하지 않는 등 사생활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의 가족들은 1월2일 출국한다.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귀국하자마자 겨울리그가 시작돼 그럴 수도 없는 형편. 때문에 가족들은 관광 대신 농구장을 찾아 아내와 엄마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타지 맥윌리엄스는?
타지 맥윌리엄스는?

25일 낮 나란히 2연승을 달리던 천안 국민은행과의 안방 개막전은, 맥윌리엄스가 어떤 선수인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두 팀 선수들은 골밑에서 심한 몸싸움을 벌였지만, 심판의 휘슬은 인색했다. 앞선 2경기에서 평균 29득점 21튄공잡기로 활약했던 그는 이날 상대의 거친 방어에 막혀 1쿼터에서 2점에 그쳤다. 상대 선수들과 뒤엉켜 몇차례 코트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웬만한 외국인 선수 같으면 제 분에 못이겨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그는 이 감독을 향해 왼손으로 오른손 팔목을 치며 ‘심판이 반칙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뿐, 심판에게는 한번도 항의하지 않았다. 비록 경기에선 졌지만 그는 후반에 21점을 몰아넣으며 29득점 15튄공잡기로 제 몫을 다했다.

이영주 신한은행 감독은 그를 “(선수들의) 어머니같다”고 평가한다. 그도 “(동료들이) 사랑스럽다”며 ‘어머니’처럼 말한다. 실제 그는 팀에서 ‘어머니’같은 구실을 하며 선수들을 토닥이고 있다. 이런 차분한 성격으로 올해 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 페어플레이어상도 받기도 했다. 대학(휴스턴 세인트에드워드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덕에 의사소통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다.


“최종목표는 팀의 우승이다.” 이번 겨울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고 있는 것에 대해 손사레를 친 맥윌리엄스는 이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산/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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