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B조 3위를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3점슛 성공률 59.1%의 극강 외곽슛. 40점 차 패배의 경기력 기복. 롤러코스터 ‘명암’ 속에서도 빛난 건 도쿄행 티켓이었다.
이문규(6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B조)에서 난관을 뚫고 올림픽행 티켓을 챙겼다. 한국(세계 19위), 중국(8위), 스페인(3위), 영국(18위) 4개 나라의 싸움에서 한국은 1승2패 3위로 티켓을 차지했다. 12년 만의 올림픽행 길을 연 이문규 감독은 “간절함이 이룬 성과”라며 기뻐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4개 최종예선 출전팀 가운데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다. 12명의 선수 가운데 김정은(33·우리은행) 등 여러 선수의 몸이 성치 못했다. 애초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유럽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원거리 이동과 시차의 피곤함이 가중됐다. 하지만 “올림픽에 가겠다”는 집념이 8일 영국전 승리(82-79)로 이어졌고, 그게 도쿄행 향배를 결정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승리는 박지수(22·KB)와 강이슬(26·하나은행) 등 20대 주축의 높이와 패기에 더해, 이제 30대에 접어든 김단비(30·신한은행), 박혜진(30·우리은행) 등 관록의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친 결과다. 선수들을 다루는 데 뛰어난 이문규 감독이 섬세하게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강온 양면으로 조련한 결과다.
멀게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전통의 힘도 작용했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박지수가 수비와 공격에서 대들보 역할을 했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한 것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통 때문이다. 영국전 1승을 가능케 한 놀라운 외곽슛 정확도가 방증이다”라고 했다. 한국은 영국전에서 22개의 3점슛을 던져 13개를 적중시켰다.
영국전에서 3점슛 6개를 터뜨린 강이슬은 종료 직전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주득점원인 김단비는 제한시간이 다 돼 던지는 ‘막슛’마저 림 안으로 넣었다. 체력이 소진돼 마지막 중국전(60-100)에서는 대패했다.
모두가 도쿄행을 의심했을 때 “무조건 영국을 잡고 올림픽에 가겠다”고 약속했던 이문규 감독의 과제는 올림픽 체제로 대표팀 전력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 감독은 “키싸움에서 밀리지만 갑자기 키 큰 선수가 나올 수는 없다. 수비를 짜임새 있게 만드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복안을 설명했다. 또 “주무기인 3점슛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출전 12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최하위권이다. 이 감독은 "여자농구의 인기회복을 위해서라도 도쿄에서 1승을 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8강까지 노려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