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로 연기된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마스코트 ‘아나’와 ‘온나’. 부산탁구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코로나’ 직격탄에 부산세계탁구대회 조직위원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대회 연기에 따른 조직 운영 차질 때문이다.
9일 조직위원회 정현숙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회의는 조직위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회의 참석자는 “사무총장이 3개월 대회 연기에 따른 재정확보 방안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3월 말이면 일을 그만 둔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6월로 대회가 연기된 만큼 일시적으로 조직위 활동 정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3개월 전부터 합류한 50~60명의 조직이 쉽게 헤쳐모이기는 어렵다. 자칫 검증된 전문인력이 빠졌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세계탁구대회는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대회로 처음 유치했다. 대회 연기로 다시 북한의 참가 신청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조직위는 재정 확충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미 국제탁구연맹에 코로나 상황이란 특수성을 들어 재정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또 후원사를 추가로 물색하고, 티켓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조직위가 입주해 있는 대회장인 벡스코에서 방을 빼, 시가 관리하는 시설로 옮기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6억~9억원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최후의 보루는 부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이지만 추가 예산 지원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이 늘어나면서 시도 많은 지원을 했다. 추가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문체부 쪽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알지만, 기존의 예산을 아껴서 쓸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입장을 보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조직위원회와 대한탁구협회다. 6월 대회를 위해서는 4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4월 한달간 조직위가 공중에 붕 뜬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럴 땐 조직위원회와 부산시, 문체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체육인 출신의 문체부 2차관이 한번 부산에 내려가 현장의 어려움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얘기를 들어줄 수는 있지 않은가.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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