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왼쪽)가 브룩스 켑카와 함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올림픽 연기는 부담이다. 훈련일정을 다시 짜야 하고 컨디션 조절도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정신적 부담이 크다. 은퇴했지만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인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35)가 “선수들의 감정에 물결이 일 것”이라고 걱정한 이유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45) 우즈도 올림픽 연기가 달갑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다. 30대를 넘긴 베테랑 선수들은 해마다 떨어지는 신체적 능력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우즈는 이미 40대 중반이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우즈는 미국 남자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우즈는 현재 7위에 올라있다. 1년 연기로 시간을 번 셈이지만, 오히려 단기전에서 승부를 보는 게 좋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즈에겐 1년 연기가 10년 연기와 맞먹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올해 초 허리 부상이 재발했던 그가 미국 대표가 되기 위해 다시 1년간의 레이스를 소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페인 축구 스타 세르히오 라모스(34·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등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희망했고 예비 명단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대표팀 차출 가능성이 줄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1년 뒤로 밀렸고, 35살이 될 라모스가 두 대회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 베테랑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그레그 판아베르마에(35·벨기에)는 “올림픽 연기는 내가 1년 더 늙는다는 뜻”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던 필드하키 금메달리스트 수재나 타운센드(31·영국)는 “올림픽 연기는 눈앞에 당근을 매달았다가 빼앗는 것과 같다”며 “나는 내 몸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미국프로농구(NBA) 특급 스타 케빈 듀란트(32·브루클린 네츠)는 도쿄올림픽 연기로 기사회생했다. 미국 국가대표로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아킬레스건 부상에 코로나19까지 감염되며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이 주어지면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달 초 어깨를 다쳐 경기에 뛰지 못했던 같은 팀 카이리 어빙(28)도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얻게 됐다.
다섯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도 올림픽 연기로 시간을 벌었다. 페더러는 지난 3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고 6월 코트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부상 복귀 뒤 한 달 만에 올림픽에 나서야 하는 위험을 피하게 됐다. 다만 1년 뒤면 불혹의 나이로, 체력 부담이 커진다.
물론 1년 연기는 동서 냉전으로 반쪽이 됐던 1980년 모스크바, 1984년의 엘에이 올림픽 때보다는 나은 편이다. 당시엔 선수들이 4년 이상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올 여름 은퇴를 계획했던 영국 체조 대표 베키 다우니(28)는 영국 <비비시> 인터뷰에서 “(1년을 더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결정은 내려졌고, 우리는 그 이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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