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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슥~삭 “아~악” 금 담금질 소리

등록 2006-01-09 18:46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을 한달 남짓 앞둔 지난 5일 아침, 쇼트트랙 남자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을 한달 남짓 앞둔 지난 5일 아침, 쇼트트랙 남자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영하 11도 칼바람 가르며 ‘비명소리나는’ 맹훈련
진선유·변천사 금빛 기대… 안현수는 ‘다관왕도…’
훈련장 점검 (상) ‘메달밭’ 쇼트트랙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2.10~26·현지시각) 개막이 꼭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부도시로, 이번 대회에는 지구촌 85개국에서 선수·임원 5천여명이 참가해 스키와 빙상, 바이애슬론, 루지, 봅슬레이, 아이스하키, 컬링 등 7개 종목에서 84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치른다.

빙상·스키 등 4개 종목에 8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대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훈련모습 등을 두차례 걸쳐 살펴본다.

“슥~삭, 슥~삭….”

단단한 얼음과 날카로운 스케이트날이 만나는 소리가 영하의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수은주가 섭씨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지난 5일 새벽 6시.

살을 에이는 추위와 캄캄한 어둠을 가르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여자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의 111.2m 트랙을 나는 듯이 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다.

“초 2!, 초 3!” 초시계를 들고 래프타임을 재는 박세우(35) 여자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9초2나 9초3 정도.

“오른발 길게 더 나갔다가….” “더 낮게, 더 낮게, 또 일어나!” 박 감독의 호통이 이어진다.

수십바퀴 돌고난 선수들은 허리를 구부린 채 “헉 헉”하며 거친 숨소리를 뱉어낸다. 여자선수들은 숨이 턱까지 차는 고통을 참으며 “아~악”하고 울부짖는다. 오전 8시.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여자 3000m 계주를 마지막으로 2시간의 훈련을 마친다. 박 감독은 “이제 체력과 기술이 80% 정도 올라왔다”며 “선수들이 잘 따라줘 고맙다”고 전한다.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8개. 이 중 한국은 남녀 릴레이(남자 5000m, 여자 3000m)와 남녀 1500m에서 적어도 금메달 3개를 바라보고 있다. 남녀 1000m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추가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남녀 쇼트트랙 대표선수 10명은 지난해 11월 4차 월드컵대회를 마치고 곧바로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다. 12월31일 딱 하루를 쉰 뒤 1일부터 다시 담금질에 들어갔다.

“진선유(18·광문고)는 속도와 지구력을 고루 갖춘 좋은 재목입니다. 아웃코스로 치고나가는 능력은 워낙 뛰어나구요. 변천사(19·신목고)도 경기 운영능력이 아주 좋습니다.”

박 감독은 진선유와 변천사를 치켜 세운다. “이들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속도가 빠른 남자팀에서 훈련을 시키고 있는데, 특히 체력이 좋은 진선유는 남자팀 훈련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처음 시도하는 훈련인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지난해 월드컵 종합 1위에 오른 안현수(21·한국체대)에 대해선 내심 다관왕도 기대하고 있다. 박 감독은 대표팀 훈련파트너인 은퇴한 선수와 주니어대표 등이 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표선수들과 똑같이 새벽에 일어나 똑같이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겐 아무런 영광도 돌아가지 않는데도 희생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새벽 훈련을 마친 여자선수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 오전 8시부터 남자팀 훈련이 이어진다. 남녀 대표팀은 새벽 훈련을 1주일씩 교대로 진행한다. 목요일 오후에는 남녀 합동훈련을 갖는다. 송재근 남자팀 감독은 “남자선수들의 빠른 스피드를 따라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천사도 “오빠들과 함께하는 훈련이 스피드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진선유와 변천사는 남자선수들 뒤에 붙어 엄청난 속도로 트랙을 돈다. 한 남자선수는 살짝 미끄러졌는데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트랙에서 튕겨져 나가 벽에 ‘쾅’하고 부닥친다.

“나 혼자 잘 한다고 있길 수 있나. 상대가 누군지 잘 파악하고….” 송 감독의 훈계가 이어진다. 2시간 동안 얼음판과 씨름한 남자선수들 역시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이렇게 오전 훈련을 마친 남녀선수들은 자세훈련과 사이클링 달리기 등 육상훈련을 계속한다.

한국의 이번 대회 종합 10위 재진입은 전적으로 ‘메달밭’ 쇼트트랙의 성적에 달려 있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의 부담도 크다. 그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도높은 훈련을 견뎌내며 쉼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토리노빙상장에 휘날릴 태극기를 그리면서….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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