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겨울올림픽(2.10~26)에 출전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남녀 선수들이 지난 10일 서울 태릉선수촌 안 실내빙상장에서 새롭게 바뀐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토리노 겨울올림픽 D-29 훈련장 점검 (하) 스피드 스케이팅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 따 비인기 설움 날렸으면”
‘가자! 토리노의 영광을 위해!’
10일 태릉국제빙상장. 토리노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16명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수들이 빙상장에 내걸린 현수막 아래서 연신 하얀 입김을 내 뿜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손 흔들 때 힘이 있어야 스피드가 나지.” “어깨 숙이고…” 이인훈(36) 코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거 큰 일인데요, 5초8, 6초밖에 안나와요.” 이 코치가 김관규(39) 감독에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 선수들의 400m 랩타임이 35.8초, 36초라는 얘기다. “아무리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34초에는 들어와야 하는데….” 지난해, 올초 각종 대회에 출전하면서 피로가 쌓여 있는 것을 알면서도, 김 감독의 표정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역력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메달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딴 은메달이 유일하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 대회에서 이강석(21·한국체대)과 이상화(18·휘경여고)가 500m에서 우승하는 등 단거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베테랑 이규혁도 남자 1000m에서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34초55의 이강석은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조지 가토(일본·34초30)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규혁과 이상화는 기록만으로 볼 때 지난해 세계랭킹 8위와 11위를 기록했다.
김관규(39) 감독은 “0.01초의 싸움인 단거리에서는 세계 10위권 이내 선수면 언제든 정상에 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코칭스태프가 걱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남녀 대표팀 17명 가운데 이규혁과 백은비 최승용 등을 뺀 대부분 선수가 올림픽 첫 출전이다. 김 감독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감기 몸살 등 경기 외적인 면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며 “어린 선수들이 막상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환호성에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훈련 분위기는 더없이 좋다. 선배들의 격려에 후배들도 주눅들지 않고 얼음판을 지친다. 2시간 남짓 동안 선수들이 얼음을 지친 거리는 20㎞가 됐다. 김 감독은 “지금은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빙상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오후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튜브 훈련을 3시간 가량 가졌다.
김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비공개 훈련으로 강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날렸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국스피드스케이팅 역대올림픽 주요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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