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스포츠 선수에 대한 ‘악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23)의 죽음 때문이다. 정확한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무라가 에스엔에스(SNS)에 사이버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수차례 호소했고 사망 전날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점에 비춰볼 때 악플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갔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기무라는 2016년 데뷔한 프로레슬러로 지난해 9월 예능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한 뒤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 3월 그 정도가 심해졌는데, 어머니이자 전 프로레슬러인 기무라 쿄코는 “딸이 하루 100개가 넘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선수에 대한 악성 댓글은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 초 여자농구 박지수(22·KB스타즈)는 악성 댓글로 선수 생활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남자농구 귀화선수인 라건아(31·KCC)는 가족들까지 인종차별적 폭언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취재를 하다보면 ‘악성 댓글이 무서우니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는 구단 직원의 요청을 받기도 한다.
선수와 구단을 비난하는 것을 권리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 실시간 온라인 중계에는 욕설 섞인 비난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일부 극성 ‘악플러’들은 선수 개인 에스엔에스까지 찾아가 폭언을 퍼붓는다. 인터넷에 남긴 글은 그대로 남아 당사자와 그 주변인을 찌른다. 이미 손연재 등 많은 선수들이 당한 일이다.
악플은 스포츠 도박에 참가한 이들에게서도 나온다. 경기 결과가 베팅과 다르면 선수들을 비난한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독일전 승리의 ‘선방쇼’를 펼쳤던 골키퍼 조현우와 가족은 에스엔에스 악플에 시달렸다. 다른 누리꾼들은 이들을 ‘토쟁이’(토토쟁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행동을 폭력이 아니라 하위문화처럼 여기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기무라 하나의 소속사 동료인 나카노 타무는 “화면 속에 있는 건 우상이 아니라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했다. 같은 소속사 와타나베 모모는 “프로레슬러라고 해도, 맨몸의 인간”이라고 호소했다.
팬이기 때문에 선수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투수 다르빗슈 유의 말을 되새겨보자. “늘 말하지만, 이것은 집단 괴롭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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