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팀 이름과 로고를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홈구장 페덱스 필드에 있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구단 이름을 바꾸기로 하면서, 아메리칸 원주민 관련 표현을 써온 다른 구단들도 ‘개명 행진’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13일(현지시각) 레드스킨스라는 팀 이름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1933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에서 레드스킨스로 이름을 바꾼 뒤 87년 만이다. 레드스킨스는 과거에도 원주민 단체 등으로부터 팀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다. 2013년에는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이름 변경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90년 가까이 쌓아온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페덱스 등 주요 후원사들이 팀 이름 변경을 요구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레드스킨스라는 표현이 18세기 노예 노동에 기반을 둔 대규모 농작(플랜테이션)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은 자신들을 ‘기독교인’으로 정체화했지만, 18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점차 피부색을 중심으로 인종을 구분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수도에 있는 구단이 원주민들이 비하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쓴 점도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레드스킨스가 아닌 다른 팀 명칭은 괜찮은 걸까? 미국에선 프로풋볼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비롯해,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북미하키리그(NHL) 시카고 블랙호크스 등 원주민을 상징하는 표현을 쓰는 팀이 여럿 있다. 과거 미국에선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용맹함을 따온다며 원주민 관련 팀 이름을 쓰는 일이 많았다. 레드스킨스의 옛 이름인 브레이브스도 ‘용감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원주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명칭은 피부색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용맹함’이 비하적으로 쓰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원주민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아메리칸원주민전국회의(NCAI)가 레드스킨스의 발표 뒤 “우리를 마스코트 삼지 말라”는 입장을 낸 이유다. 레드스킨스를 시작으로, 다른 구단들에 대한 이름과 로고 교체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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