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올림픽 상징 오륜 조형물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체육계 폭력 문제가 대두한 영국에선 올림픽 성공에 대한 기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달 개수를 넘어선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마크 잉글랜드 영국 도쿄올림픽대표팀 단장이 올림픽 ‘내러티브의 변화’를 주장했다고 22일 전했다.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서사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최근 영국 체조계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에 대한 반성적 시각을 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에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며 “영국 대표팀이 대중들에게 메달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영국 체육계는 최근 체조 선수들의 잇단 폭로로 충격에 빠졌다. 캐서린 라이온스(20)와 리사 메이슨(38)은 지난 6일(현지시각) 영국 <아이티브이>(ITV)와 인터뷰에서 코치에게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라이언스는 유럽대회 주니어 챔피언 출신, 메이슨은 영연방 국가 체육대회 커먼웰스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이들은 폭행 피해를 본 전·현직 체조 선수가 수십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피해 선수들을 침묵게 한 건 올림픽이었다. 리사 메이슨은 현재 체육계 엘리트 선수들이 비슷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몇몇 선수는 내게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 올림픽이 있어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은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대회다. 자칫 폭로에 나섰다가 대표팀 탈락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마크 잉글랜드는 올림픽이 체조를 비롯해 카누, 봅슬레이 등에서 발생한 폭력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도 메달에 목메는 시스템이 영국 스포츠계에 폭력을 불러왔음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올림픽 메달의 중요성에 동의했고, 그것이 폭력, 학대,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영국 스포츠가 성과 중심주의에 빠져, 실제로는 폭력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마크 잉글랜드는 “나도 ‘메달 이상의 것’을 말하는 게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우리가 무엇이 정말 옳고, 중요한지를 깨달을 기회”라고 설명했다.
마크 잉글랜드 영국 도쿄올림픽대표팀 단장. 영국올림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마크 잉글랜드는 영국올림픽위원회(BOA)가 선수들,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할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스포츠 현장과 연단 등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종차별 반대라는 큰 뜻에서 함께 할 것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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