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경(23·가운데)씨가 지난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아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우선희(오른쪽)·유현지와 반갑게 만나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영구귀국해 진짜 핸드볼 마니아로”
지난 19일 ‘대한항공배 2005~2006 핸드볼 큰잔치’ 4강전이 열린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 국가대표 여자 선수들에게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때 한국팀 응원을 주도한 동포 강영경(23·페테르부르크국립대 경영학과)씨가 그 주인공. 한국 선수단은 세계선수권대회 때 강씨와 그의 동생 로사(22·페테르부르크연극대 무대장치 전공)씨를 ‘꽹과리 자매’라고 불렀다.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집에 있던 꽹과리를 들고 나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요란한 꽹과리 응원 소리는 텔레비전 생중계를 타고 한국의 안방에도 전달됐다.
러시아의 서쪽 끝에 자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한국동포가 고작 30여명밖에 없다. 유학생과 상사 주재원, 선교사까지 다 합쳐도 한국인은 40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대학생 동포과 유학생들은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50여명까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다. 그 중 강씨 자매를 비롯해 한국팀 통역으로 자원봉사한 박재민(21·페테르부르크국립대 국제관계학과)씨, 유학생 지재훈(23)씨 등이 맨 앞에 섰다. 또 강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 ‘아리랑’은 한국 선수단의 영양 보충에 한몫 톡톡히 했다. 강씨는 마지막 날 박씨와 함께 선수단의 관광 안내까지 자청했다.
강씨는 방학을 맞아 지난달 31일 혼자 서울을 찾았다. 집안 일과 병 치료 때문에 왔지만, 마음은 국내 최고 무대인 핸드볼 큰잔치에 가 있었다. 그는 “경기장에서 직접 보니 무척 빠르고 박진감이 넘쳐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과 20일 서울에서 열린 4강전과 결승전 때 우선희 유현지(이상 삼척시청) 송해림 손민지(이상 대구시청) 등과 반갑게 만났다. “러시아에 있을 때도 제 또래 선수들과는 ‘싸이’를 통해 소식을 주고 받았어요. 직접 만나니까 너무 반갑네요.”
강씨는 25일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야 한다. 설날을 앞두고 어머니의 일손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짧다. 강씨 가족은 올가을 강씨가 학교를 졸업하면 10년 러시아 생활을 청산하고 영구귀국할 예정이다. “귀국한 뒤에도 핸드볼 경기장을 자주 찾아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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