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추억의 올드스타전’에 나섰던 이재영(윗줄 왼쪽 두번째) 대구시청 감독이 옛 제자들과 오랜 만에 코트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만나봅시다] 35차례 우승…그래도 배고플까
그는 껄껄 웃기만 했다. ‘이번이 몇번째 우승이냐’는 질문에 “한 서른다섯번 정도는 된다”며 또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일 대한항공배 2005~2006 핸드볼 큰잔치에서 대구시청을 여자부 정상으로 이끈 이재영(50) 감독. 올해로 만 18년째 대구시청 사령탑을 맡고 있다. 부산동아고와 경북대 졸업 뒤 초·중·고교에서 두루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1988년 5월, 만 32살의 젊은 나이에 대구시청 3대 감독에 취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89년 핸드볼 큰잔치에서 우승 헹가래를 처음 받은 뒤 정확히 17년8개월간 3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해마다 두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우승 제조기’인 셈이다. 새싹들 발굴 스타로 키워 “이젠 올림픽 금메달 욕심” “짧게는 20년을 채우고 싶고, 가능하면 그 이상도 하고 싶다.” 이 감독이 대구시청 사령탑에 앉아 있는 동안 거쳐간 제자만 줄잡아 100명. 국가대표도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송지현부터 이호연 김은경 김현옥 허순영 장소희 최임정 김차연 송해림까지, 20여명을 배출했다. 98년 방콕,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는 그가 직접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열린 여자핸드볼 ‘추억의 올드스타전’은 대구시청 OB팀과 전국연합 OB팀간 대결로 치러질 정도였다. 이 감독은 이날 대구시청 OB팀 감독을 맡아 오랜 만에 옛 제자들과 코트에서 만났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승부사. 평소엔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호랑이로 변한다. 패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이지만, 지난해 핸드볼 큰잔치에서 효명건설의 돌풍에 4강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 기어코 정상을 탈환했다. 또 지난해 7월 태백산기, 9월 코리안리그 왕중왕전, 10월 전국체전 우승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도 쌓았다.
그의 훈련방식은 독특하다. 틈만 나면 “즐기면서 운동하라”고 강조한다.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안되는 부분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런 방식이 팀에 접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일단 접목되고 나면 무서운 힘을 내지요.” 이 감독이 18년간 정상에 설 수 있었던데는 그만한 비결이 있다. 그는 중·고교 대회를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며 ‘흙속의 진주’를 캐낸다. 국가대표 최임정이 대표적 케이스. 아무도 관심이 없던 그를 스카웃해 대표팀 부동의 라이트백으로 키웠다. 또 키는 작지만 발이 빠른 전 국가대표 장소희를 레프트백에서 왼쪽 날개로 이동시켜 국제적 스타로 만들었다. “남은 목표요? 두가지가 있어요. 대구시청을 명문팀으로 유지시키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국가대표를 맡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지요. 껄껄껄….”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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