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단 결단식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2.10~26·현지시각) 한국선수단 결단식에서 변탁 선수단장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선수단 본진은 2월3일 출국한다. 연합뉴스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홍일점’ 이채원
1m55에 48㎏. 도무지 크로스컨트리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스키플레이트를 세우니 자신의 키보다 더 길다.
다음달 10일(현지시각) 개막하는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에 크로스컨트리 한국대표팀의 홍일점으로 출전하는 이채원(25·강원랜드)이다. “유럽 선수들이 한발짝 갈 때 저는 두발짝을 떼야 합니다.” 지난 18일 강원도 용평 국가대표 스키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올해로 꼭 10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에이스’다. 그는 ‘겨울스포츠의 고장’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4남2녀 중 막내로 어린 시절 언니·오빠들과 눈밭에서 나 뒹굴며 자랐다.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쌓인 언덕을 미끄러졌고, 얼음판 위에선 썰매를 탔다.
유난히 운동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는 육상 장거리 선수였다. 중학교 때는 그의 달리기 실력을 눈여겨 본 크로스컨트리부 코치의 눈에 들어 난생 처음 스키화를 신었다. 그리고 3년 뒤 고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3 때는 이미 국내에선 적수가 없었다. 여자 선수들은 보통 대학을 졸업하면 은퇴하지만, 그는 관동대와 강원랜드를 거치며 여전히 눈 위를 달리고 있다.
크로스컨트리는 ‘눈 위의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눈쌓인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짧게는 5㎞, 길게는 30㎞를 달려야 한다. 이채원은 아직 30㎞는 도전해본 적이 없다. 20㎞만 2번 완주했다. 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몸무게가 2~3㎏이나 빠진다. “레이스할 때는 별 생각이 다 들죠.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고…. 하지만 결승점에 골인한 뒤엔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요.”
평창서 태어나 눈밭이 곧 놀이터
“휙 내려만 가는 알파인은 싱거워” 토리노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종목에는 남녀 6개씩 모두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을 넘은 종목이 3개에 불과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메달은 엄두도 못낸다. 이채원은 15㎞와 10㎞ 클래식에 나서고, 남자선수 3명이 15㎞ 클래식에 출전한다.
“목표요? 중상위권, 30등 안에 드는거요.” 4년 전 첫 출전한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선 50등 밖으로 밀려났다. 코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경비문제로 코스를 사전답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용평에서 꾸준히 단거리와 장거리 훈련을 반복하며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장거리 훈련 때는 오전·오후 합쳐 하루 30~50㎞를 달리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하루 60~70㎞ 가량 달렸다. 워낙 힘든 종목이다보니, 그의 부모는 이젠 그만 스키화를 벗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길 바란다. 대표팀에서도 혼자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을 넘는 국내 유일한 여자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빠(남자 대표팀)들과 훈련하는 게 제겐 더 익숙해요. 스피드 향상에 도움도 많이 됐구요. 이젠 어느덧 남자팀에도 후배가 생겼네요.” 국내 크로스컨트리 여자 등록선수는 초·중·고 및 대학생과 일반인을 모두 합쳐 고작 70여명. 일반선수는 이채원을 포함해 딱 2명이다. 등록선수는 예전보다 되레 줄었다. 이채원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린 선수들이 점점 쉽게 즐길 수 있는 알파인스키만 찾기 때문이죠. 크로스컨트리의 매력이요? 힘들게 언덕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올 때 기분 끝내주죠. 그냥 알파인처럼 내려가기만 하면 싱겁잖아요.” 미소를 머금은 이채원이 스키화를 고쳐신고 스틱을 휘휘 젓더니 눈덮인 산속으로 아스라히 사라졌다. 용평/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휙 내려만 가는 알파인은 싱거워” 토리노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종목에는 남녀 6개씩 모두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을 넘은 종목이 3개에 불과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메달은 엄두도 못낸다. 이채원은 15㎞와 10㎞ 클래식에 나서고, 남자선수 3명이 15㎞ 클래식에 출전한다.
“목표요? 중상위권, 30등 안에 드는거요.” 4년 전 첫 출전한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선 50등 밖으로 밀려났다. 코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경비문제로 코스를 사전답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용평에서 꾸준히 단거리와 장거리 훈련을 반복하며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장거리 훈련 때는 오전·오후 합쳐 하루 30~50㎞를 달리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하루 60~70㎞ 가량 달렸다. 워낙 힘든 종목이다보니, 그의 부모는 이젠 그만 스키화를 벗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길 바란다. 대표팀에서도 혼자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을 넘는 국내 유일한 여자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빠(남자 대표팀)들과 훈련하는 게 제겐 더 익숙해요. 스피드 향상에 도움도 많이 됐구요. 이젠 어느덧 남자팀에도 후배가 생겼네요.” 국내 크로스컨트리 여자 등록선수는 초·중·고 및 대학생과 일반인을 모두 합쳐 고작 70여명. 일반선수는 이채원을 포함해 딱 2명이다. 등록선수는 예전보다 되레 줄었다. 이채원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린 선수들이 점점 쉽게 즐길 수 있는 알파인스키만 찾기 때문이죠. 크로스컨트리의 매력이요? 힘들게 언덕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올 때 기분 끝내주죠. 그냥 알파인처럼 내려가기만 하면 싱겁잖아요.” 미소를 머금은 이채원이 스키화를 고쳐신고 스틱을 휘휘 젓더니 눈덮인 산속으로 아스라히 사라졌다. 용평/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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