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웃음 한번에 넋 잃는 관중들 학업에 안무 연습 힘들지만 “앞으로도 쭈~욱 팀과 함께”
“짓궂은 팬의 사랑 고백도 즐거워요”
흥겨운 음악에 맞춰 팔짝팔짝 뛰는 모습이 깜찍하다. 177㎝의 늘씬한 키에 시원한 바다빛깔 치어복이 귀여움을 더한다. 음악이 멈춘 뒤 눈웃음을 한번 지으니 관중들은 거의 뒤로 넘어간다.
프로농구 원주 동부 치어리더 박상희(22·사진)씨는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요즘 말로 ‘인기 짱’이다. 웬만한 선수 못지않게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관중석에는 형형색색의 종이에 ‘귀염둥이 박상희’ ‘애교만점 박상희’라고 쓴 문구가 보인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들의 선물공세까지 이어지니 웬만한 스타 선수가 부럽지 않다.
“한번은 인형, 책, 시디(CD), 먹거리까지 7명한테서 선물을 받은 적이 있어요. 10대 청소년도 있었고, 30~40대 아저씨도 있었어요. 물론 모두 남성 팬들이었죠.”
박씨는 “사랑 고백을 하는 학생부터 집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는 아저씨까지 짓궂은 팬들도 많다”며 즐거워 했다. 박씨가 치어리더의 길로 들어선 것은 대학(극동대 호텔관광학부) 1학년 때인 2003년 6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원주의 전신인 원주 티지삼보 팀에 들어가 여름내 안무를 익힌 그는, 그해 겨울 시즌부터 무대에 올랐다.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어요. 팀 성적도 좋아 더욱 신이 났죠.”
지난해 여름부터는 같은 강원도 연고인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 치어리더도 겸했다. 하지만 학교생활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학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와 체육대회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모꼬지(엠티)도 치어리더가 되기 전인 1학년 초에 딱 한번 가봤다.
특히 시즌을 앞둔 10월에는 안무 연습으로 바쁘지만 중간고사까지 치르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다. 집(경기도 하남)에서 학교(경기도 이천), 체육관(강원도 원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도와 강원도를 넘나든다. 하루 5~6시간 안무 연습을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경기 전날에는 배고파도 맘대로 먹지도 못한다. 몸매 관리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람도 크다. 무엇보다 대학생활하며 스스로 용돈을 번다는 게 자랑스럽다. 치어리더는 보통 경기당 10만~15만원을 받는다. 한달 50~60만원 정도의 많지 않은 수입이지만 용돈은 물론 학비에도 조금 보탠다. 또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예전에는 곱지 않은 눈으로 봤던 아주머니까지 격려해 줍니다. 집에서는 반대하지만 졸업 뒤에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원주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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