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2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에 관한 실황은 아직 상보되지 않았다. 대회의 결과로 입전된 통신에 의하면 이번에 승리는 김치 섭취에 의한 특별한 훈련의 결과라고 하였다…삼 선수의 비용은 한국에서 일반의 기부금으로 지판되었고, 보스톤에서는 사 명의 한국인 실업가들이 그들의 보호에 당하였다.”
1950년 4월21일치 <동아일보> 사설 ‘강인한 정신력의 승리’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당시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 2,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사설은 ‘민족적 쾌거’라는 톤으로 세 선수의 입상을 독자에게 전했다. 이 가운데 “김치 섭취에 의한 특별 훈련” “일반의 기부금과 실업가들의 보호”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일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안팎의 열악한 당시 경제형편에서,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은 국민들의 성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 미국에 가서는 현지의 한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엔 동포들이 먹던 김치도 포함돼 있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일부 구간에서 미국의 군용기를 타야 했다. 현지적응을 할 시간도 없는데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한국 현대체육 초기의 에피소드들이다.
29일 시작된 2020 도쿄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선수단은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선적으로 주사를 맞게 됐고, 7월 올림픽 무대에서는 면역을 형성한 상태로 출전한다. 나라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사정은 다르지만,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대한 선제적 접종 조처는 반가운 일이다.
물론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앞서 국제대회에 나갔던 레슬링 대표 선수단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귀국하고 싶어도 2주간 자가격리라는 부담 때문에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것이어서 선수단을 탓하기도 어렵다. 밀접 접촉 종목인 유도 등에서도 국제대회에 나갔다가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도쿄올림픽 뒤에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8월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해야 한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도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된다. 그 이전이라도 전지훈련 등을 위해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올림픽이 내년 2월 열리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훨씬 전부터 훈련하는 만큼 정부가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대한 접종도 차순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와는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김치먹고 힘낸’ 1950년 보스턴 마라톤의 3총사처럼, 코로나19 예방 주사를 맞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에서 백신 접종 효과를 톡톡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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