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8강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펜싱 대표팀 중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오상욱(25·성남시청)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8강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1점을 손해 본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과 경기 운영위원의 실수로 상대편의 공격이 1점이 아닌 2점으로 올라갔고 그대로 인정된 것이다. 지난 24일 오상욱은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 8강전에서 만나 13-15로 패배했다.
오심은 경기가 시작된 지 약 3분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했다. 5-4로 오상욱이 1점 차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두 선수가 서로를 찌르면서 전자호구에는 빨간불(바자제)과 녹색불(오상욱)이 동시에 들어왔다. 이때 경기 운영위원이 바자제의 찌르기만을 득점으로 인정해 점수를 5-5로 만들었다. 사브르에는 ‘공격권’ 개념이 있는데, 심판의 시작 선언 뒤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지고 해당 선수의 공격만이 득점으로 인정된다. 공격권을 받지 못한 선수는 방어에 성공한 뒤 공격해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오상욱이 먼저 공격에 들어갔고 공격권을 갖지 못한 바자제가 오상욱의 칼을 막고 찔렀기에 바자제의 공격을 득점으로 인정한 것이다.
워낙 짧은 찰나의 순간 속에 칼이 오가기 때문에 오상욱 쪽에서는 심판을 향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은 비디오를 지켜본 뒤 바자제의 공격만을 득점으로 인정했는데, 비디오 판독 전에 올려놓은 1점을 원상 복구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1점이 또다시 올라갔다. 결국 게임은 5-5가 아닌 6-5로 재개됐다. 심판과 경기 운영위원은 물론 한국과 조지아 어느 쪽에서도 이와 관련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8강전에서 오상욱과 바자제는 13-13까지 가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오상욱은 막판 2점을 연속으로 내주며 개인전을 마감했다. 바자제는 승리 후 포효하며 피스트(펜싱 경기장)를 돌아다녔고 오상욱은 고개를 숙였다.
한국펜싱협회는 심판 오심 가능성을 파악하고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기 현장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화면상으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는 심판, 2차는 점수 입력 운영위원, 3차는 감독, 코치의 책임”이라고 했다. 다만, 최종적으로 오심으로 밝혀지더라도 경기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직후 ‘결과에 승복한다’는 취지의 문서에 서명한다. 바자제는 같은 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을 만나 11-15로 패해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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