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티하즈 무함마드 SNS 갈무리. 맨 왼쪽이 대학 시절 성폭력이 폭로된 앨런 하지치다.
3명은 핑크 마스크를 했다. 그런데 1명은 검은 마스크다. 이들은 미국 펜싱 남자 대표팀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유에스에이(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이 31일(한국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펜싱 에페 남자 대표팀 제이크 호일, 커티스 맥도월스, 예이서 라미레즈 등 3명은 전날(30일) 열린 단체전 16강전 일본과 경기에서 핑크 마스크를 착용했다. 반면 후보 선수인 앨런 하지치는 유일하게 검은 마스크를 했다. 후보 선수를 왕따시키기 위함은 아니었다. 하지치의 과거 행적 때문이었다.
하지치는 지난 5월 미국에서 2020 도쿄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3차례에 걸쳐 3명의 여성으로부터 2013~2014년 컬럼비아대학 시절에 있던 성폭력을 폭로 당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함께 운동하던 여자 펜싱 선수였다. 미국 스포츠 인권기구는 조사에 착수했고 대학 시절 이와 관련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지치에게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치는 “사실과는 다르다”며 항소했고 결국 도쿄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과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는 도쿄에 혼자 입성했고 선수촌에서 30분 떨어진 호텔에서 혼자 지냈다. 팀 동료들이 나눠준 마스크도 다른 색이었다.
‘히잡 쓴 검객’으로 유명한 미국 여자 펜싱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남자 에페팀이 첫 경기에서 핑크 마스크를 썼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호일 등 3명의 선수는 비록 하지치와 함께 단체전에 출전하지만, 그의 편에는 서지 않는다는 것을 마스크 색깔로 보여줬다고 하겠다. 미국은 일본에 39-45로 패하면서 하지치는 단 한 번도 피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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