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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불교는 종교편향에 돌 던질 수 있나

등록 2008-12-17 17:36

`불교평론‘ 종교갈등 해법 모색

서명원 신부 “박해 경험 탓에 외국종교 거부감”

인도 종교간 대화 연 아소카 칙령 화해 실마리

 

 

올해 종교계 최대 쟁점은 단연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과 이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불교평론> 겨울호가 이 논점을 갈무리할 만한 특집을 마련했다.

 

‘종교 갈등, 해결의 길은 없는가’라는 특집에서 프랑스인 사제로 서강대에서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서명원 신부는 1985년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한국내 종교 갈등의 특징을 설명했다.

 

“기독교에서 뭔가 배우려는 불자 만나 본 적이 없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미국 남부 출신의 젊은 개신교 목사에게서 ‘당신이 가톨릭이라면 이단자’라는 소리를 난생처음으로 들었고, 서울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목사에게 불교에 관심이 많다고 솔직히 말했다가 모든 승객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당신은 지렁이가 들어간 사과와 똑같다’라는 선언을 듣기도 했지만, 기가 막히게 마음이 열린 목사들을 더러 만나 함께 일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보통 가톨릭 성직자들보다 훨씬 개방적이었다.”

 

이에 반해 “진짜 열린 마음으로 기독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불자를 만나 본 적이 없다”며 그 이유를 △한국 불교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정권 아래서 계속 박해와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외국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느껴 긍정적 관심이 일어나지 못했고 △기독교인들이 자기 종교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개종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불자들로 하여금 첫 순간부터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어떤 불자들은 이웃 종교를 방편으로만 생각할 뿐, 그것의 궁극적인 가치까지는 인정하지 못함으로써 개신교 못지않게 불교적인 입장에서 종교적 배타주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 교수는 ‘종교간 화해의 실마리’를 인도의 통일군주 아소카의 칙령에서 찾았다. 종교간 대화의 창시자로 꼽히는 아소카왕은 인도 통일 과정에서 작은 나라인 카링카를 정복하면서 다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 칙령을 발표해 백성들에게 다른 종교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서 교수는 아소카식 종교적 화해를 이루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이웃 종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면서도 서로 비판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어 상대방 비판에 앞서 자기비판부터 해 불교가 기독교 역사의 폭력적인 사건들을 거론할 경우 먼저 불교 역사에도 일어난 폭력을 인정할 것, 기독교가 미약한 불교의 사회 참여를 비판하기 전에 기독교의 사회 참여가 무조건적인 자선을 베풀려는 목적보다는 교세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에 불과했음을 인정할 것, 이웃 종교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종교 체계를 시대에 맞추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권고했다.

 

미 대법원 공식적으로 공립학교 종교적 가르침 금지

 

이어 남태욱 목사(서울 서초동 열린교회)는 ‘종교편향과 차별 방지를 위한 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남 목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공립학교에서 종교적 가르침, 특히 교파적 가르침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교사든 학생이든 교실에서는 기도회를 할 수 없으며, 성경이나 십계명도 종교적 가르침을 위해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독교 근본주의적 우파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립학교에서 비종파적인 경건한 기도만큼은 허용하자는 쪽으로 헌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남 목사는 밝혔다.

 

또 프랑스에선 정부가 2002년 이슬람교도들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적 규모의 이슬람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으나, 2003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는 세속주의(정교분리)에 충실하고자 공립학교와 직장에서 교사나 공무원들의 히잡 착용 금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종교적 중립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이런  조처에 대해 이슬람교도들은 격렬히 반발해 심한 사회적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랑스는 특히 학교에서의 종교 중립성에 엄격해 사제와 수도사는 중등교사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도 주지 않고 있다.

 

터키의 경우는 건국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무스타파 케말이 종교법을 세속적인 민법과 형법으로 대체하고, 오토만 제국 제사장들이 가졌던 이슬람 신앙의 정신적 지주 지위를 폐지했다. 형법을 통해 종교의 정치적 이용을 금지하고, 성직자가 성직 임무 수행 중 법령에 어긋나는 발언을 할 경우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교분리를 추구하는 공화주의자들과 이슬람 보수주의자들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가 씨앗

 

이번 특집에서 <한겨레> 곽병찬 논설위원은 ‘종교 갈등, 그 불행의 세계사’란 글에서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는 것을 첫번째 계명으로 받은 모세가 금송아지를 만들어 경배하는 부족에게 금송아지를 갈아 가루를 마시게 하고 사제 부족인 레위인들을 시켜 칼끝이 닿는 대로 사람을 죽이게 한 것을 비롯해 이민족과 이교도를 악마로 취급하며 유럽과 남·북미대륙,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살육행위를 저질러온 근본주의와 파시즘의 역사를 소개했다.

 

이거룡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진리에 대한 아집조차 경계한 게 불교적 가르침이라며 “다원 종교 사회 안에서는 불교도든 기독교도든 내가 절대 진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웃 종교도 절대 진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웃 종교와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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