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의 경전인 <도전>이 지난해 영어, 일어, 중국어에 이어 최근 러시아로 번역돼 세계 주요 7개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1992년 한글 <도전>을 낸 지 13년, 2000년 영문판을 낸 지 5년 만의 일이다.
증산도는 ‘개벽 사상’을 제시한 종교사상가인 강증산(1871~1909)을 ‘상제’, 즉 하느님으로 믿고 따르는 민족 종교의 하나다. 증산도는 1999년 ‘증산도 사상 연구소’를 설립해 개벽 사상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연구원만 한때는 40여 명이 있을 정도였고, 현재도 26명이 연구 중이다. <도전> 번역 사업도 이 연구소에서 했다.
이번에 러시어판 <도전> 번역을 맡은 러시아 학자들이 27일 대전광역시 증산도사상연구소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번역 과정을 소개했다. 이들은 ‘상제’나 ‘천지공사’ 등 증산도의 주요한 개념은 번역하지 않고, 음사한 발음을 그대로 쓰고, 괄호 안 또는 아래쪽에 설명을 붙였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42)는 사아트 페테르부르크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센터 소장으로 한국의 역사와 민속, 사상, 종교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인 아내와 살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삼국사기> 등 역사책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한국 사상서가 완역되기는 처음”이라며,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러시아에서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주역>, <도덕경>, <논어>, <맹자> 등 동양 철학서가 번역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에 유학했고 11개 국어에 능통한 빅토르 앗크닌(51) 전 소련과학아카데미 한국어문화센터 부소장은 “<도전>에서 한국적 냄새가 강한 부분을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운데, 어찌 보면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을 러시아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우주 변화의 원리’ 등 새 세상에 대한 이상이 많이 담겨 있어서 인류 사상의 큰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루스 블라디슬라브(35)는 “<도전> 번역이 개인적으로 도전이었다”며 “한국 사상을 러시아에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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