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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새 의장 권오성 목사

등록 2005-07-31 18:07

“한국교회 과거 반성해야 거듭난다”

“‘골방에서 한 얘기가 지붕 위에서 선포되리라’는 성경 말씀이 있지요.”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협)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권오성 목사는 골방 모의조차 언젠가 드러난다는 것을 성경 말씀을 통해 전해주었다. 이어 그는 “그렇게 해서 역사를 잠시 과거로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의 큰 방향은 흐름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민적 시선이 쏠리고 있는 안기부 ‘미림’팀 도청사건이 터진 뒤 그 전개양상에 일침을 놓았다. “정권까지 농단하려한 재벌의 행위는 사라지고, 오히려 도청과 방송 보도만이 ‘문제’로 부각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반독재투쟁 선봉목정협 출범에 참여묵묵히 헌신해온 그가목소리 내기 시작했다“재벌 악행 덮어두고도청만 문제삼아선 안돼”

조용히 목회활동에 전념하던 그가 최근 크고 작은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화 인사들 사이에선 권 목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헌신하는 인물로 불린다. 그래서일까. 진보적인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목정협 의장이 되자 “교회가 예언자로서 사명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표출됐다.

그는 1970년대 서강대 재학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약 1년 동안 투옥됐다. 석방된 뒤 박정희 유신정권이 긴급조치 9호를 선포해 민주화 세력에 재갈을 물리자 또다시 유신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자유서강’ 지하유인물 살포한 사건으로 구속돼 2년의 옥고를 치렀다.

84년 31살의 나이로 그가 담임을 맡은 서울 사직동의 수도교회는 민주화 인사들에겐 작지만 귀중한 성지였다.

그가 수도교회를 맡던 그 해 목정협이 탄생했다. 목정협은 천주교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불교의 실천불교승가회와 함께 민주화 운동의 주력이었다. 김동완, 장성용, 이명남, 허병섭, 김영주, 인명진, 윤길수, 이해학, 정지강, 정진우, 문대골, 나핵집 목사 등 ‘역전의 용사’들이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다.

목정협 출범 때 서기였던 그는 선배 목사들과 함께 당시로선 입 밖에 내는 것마저 금기시됐던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처에 삭발농성에 나서며 6·10 항쟁을 이끌어냈다.

80년대만 해도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시국 사건으로 구속되면 두들겨 맞거나 고문당하기가 다반사여서 목사들이 방패막이로 나서곤 했다. 권 의장은 “이제 목사가 그런 ‘우산’이 되어야 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는 이 시대의 ‘예언자적 사명’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교회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할 때지요.” 그는 교회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과거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제시대 때 일제와 야합하고, 해방 뒤 반공, 분단 이데올로기의 첨병이 되기도 했지요. 70~80년대 경제 개발 때 민중·노동자·농민·도시 빈민들이 고통받을 때 자기 배만 불리지 않았는지, 쿠데타를 통해 등장한 전두환 정권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등 부도덕한 세력과 유착한 것 등에 대해 교회가 지금까지 제대로 성찰하거나 반성한 적이 있나요?”

그러나 그의 꿈과 비전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 나라에서 삼성과 관련되면 물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교회 또한 이미 사회의 최대 기득권 세력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에 유학했던 관계로 독일 사정에 해박한 그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독일 교회가 히틀러의 나치에 부역했지만 그 뒤 그 죄를 ‘고백’하고 새롭게 태어났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일본의 개신교조차 일본 제국주의 행위에 대해 전체 교회 차원에서 회개했지요. 그래서 일제의 죄악에 대해선 그들의 주장은 우리가 일제에 대해 갖는 생각만큼이나 분명하고, 그들은 어쭙잖은 변명을 늘어놓는 일본 우익인사들과 달리 상당히 자유스런 모습이지요.”

우리 교회보다 훨씬 잘못이 큰 그들도 자신의 죄악을 반성하고 거듭나는데, 우리 교회가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회개는 한 개인이나 목정협이나 한 교단만이 해선 별 의미가 없어요. 한국 교회 전체가 독일 교회나 일본 교회처럼 반성해야만 한국 교회가 거듭날 수 있습니다.”

푹푹찌는 서울시내를 향해 인왕산 아래 수도교회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는 개혁적 목자가 있다. 권 의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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