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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변선환 박사 10주기 “종교간 화해에 일생 바친 뜻 기립니다”

등록 2005-09-01 17:36

배타적 신학 틀 깨고 토착적 신성 구현하다 종교재판 감리교단서 출교

후학·신학자 추모행사 마련 수녀·정녀·비구니 한무대 ‘종교간 대화’ 화음 선사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을 두고는 어줍잖은 축시 같은 것을 쓸 수가 없다. 축사나 축시 따위와는 어울릴 수 없는 분이다. 세상에는 이분을 존경하고 따르는 우리 같은 못난 올꾸니들도 있지만 가만 보니 참 똑똑하다는 이들은 이분을 욕도 하고 비난도 하고 웃기도 하더라.”

서구적 편견의 그릇에 담긴 배타적이고 정복적 신학의 틀을 깨고 한국 토양 속의 신성을 구현하다 종교재판을 받고 감리교단으로부터 출교됐던 변선환 박사가 떠난 지 10년. 감신대 제자였던 이현주 목사는 ‘우리의 스승 변선환’이라는 시로 이렇게 추모했다. 변 박사를 사랑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소천 10돌을 맞아 5일 오후 2~5시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신대 웨슬리 채플에 모인다. 감신대의 총동문회(회장·최성봉 목사)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소장·이정배 교수)가 추모논문집 출판 기념회와 학술강연회, 음악제를 마련했다.

변 박사는 1927년 진남포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자랐으며 감신대와 한국신학대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류대와 스위스 바젤 신학부에서 공부하며 칼 야스퍼스, 불트만, 프릿츠 부리 등의 신학 사상과 선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한국에 돌아온 70년대 후반부터 국내의 대표적인 불교철학자 이기영 박사와 폭 넓은 대화를 통해 기독교와 불교 등 모든 종교의 공존 가능성을 역설했다. 그는 감신대 대학원장과 한국기독교공동학회 회장 등을 거쳐 감신대 학장으로 재직하던 중 92년에 출교됐다. 당시 서울 금란교회(담임·김홍도) 등 보수교회 목사들의 주도로 이뤄진 종교재판의 출교 조치에 대해 감신대 학생들과 상당수 목사들이 크게 반발해 감신대는 장기간 분규에 휩싸였다.

개신교의 배타성에 따른 종교 간 갈등을 우려하던 다른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신학자들도 변 박사의 신학을 돌파구와 새 지평으로 평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서당에서 공부하는 등 토착적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많았던 변 박사는 80년대 초 자신의 신학적 관점이 여전히 서구적 틀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정배 교수는 “변 박사는 서구인들이 유대교, 불교, 유교 등의 아시아 종교들을 ‘이즘(-ism)’으로 표기함으로써 기독교 곧 ‘Christianity’와 구별되는 이데올로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조작물 정도로 가치절하하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구적 가치로 아시아 종교를 경원시했던 한국 교회의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교적 차원의 사자후를 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변 박사는 특히 한국적 신학이 타파해야할 우상을 ‘교회 중심주의’로 보았다. 그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하는 배타적 교회중심주의는 교회 자체를 계시와 은총의 통로로 이해함으로써 세상과 교회의 단절을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 박사는 생전 “우리는 한국에 실려 온 병신스런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교사들이 오기 오래 전에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땅 위에서 (신이) 이미 활동하고 계셨다는 의미였다.

고인은 책 한 권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스승으로 모신 후학들이 변선환 아카이브를 만들어 연구공간으로 삼으며 그의 유고작품들을 읽고 토론한 추모논문집 <변선환 신학 새로 보기>(기독교서회 펴냄)를 냈다. 이런 후학들의 노력에 대해 기독교의 최고 원로인 강원용 목사와 이현주 목사가 추모식에서 축사를 하고, 김경재 전 한신대 교수가 서평을 하며, 감신대 김외식 총장이 설교를 할 예정이다. 변 박사를 추모하는 학술강연회도 열린다. 주제는 ‘기독교와 불교의 대화’로 변 박사의 평생 학문적 화두이기도 했다. ‘기독교의 불교,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제목으로 미국연합감리회 지도자로 뽑힌 정희수 감독과 불교학자인 정병조 동국대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추모음악회에선 가톨릭 수녀와 원불교 정녀, 불교 비구니 스님들로 구성된 ‘삼소회’의 중창단이 찬송가를 불러 변 박사가 그토록 갈구했던 종교 간 화해의 화음을 선사한다. 변선환 아키브 010-2729-0145.

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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