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뉴스

국내 유일 비공개 사찰 봉암사 선원장 정광 스님

등록 2005-09-06 19:41

“지금 이 순간 최선 다하면 귀한 삶”

마치 금강석마냥 단단해 보이는 산. 경북 문경 희왕산은 그런 산이다. 감로수 휘감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 봉암사다. 신라 지증 대사는 이곳을 둘러보고 “봉황 같은 바위산과 용 같은 계곡은 하늘이 준 땅”이라며 “만약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 못하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라며 봉암사를 지었다고 한다. 봉암사는 ‘부처님 오신 날’ 단 하루만 대중들에게 개방하고 1년 내내 산문을 닫아걸고 참선 정진하는 조계종 유일한 종립특별선원이다.

하루 14시간 ‘나’ 를 잊는 수행“올곧은 정진 도량 지키려부처님 오신 날도 문 닫을 터”

“앞으론 ‘부처님 오신 날’도 개방하지 않을 겁니다.”

봉암사 동쪽 오솔길을 따라 200여 미터 깊은 곳 동암의 한 평 남짓한 방에서 태고선원장 정광 스님(63)은 봉암사는 오직 스님들이 올곧게 정진하는 수행 도량으로 지켜낼 뜻을 강조했다.

봉암사의 수행은 남다르다. 지난달 19일 하안거(여름철 90일간 전국 선방의 참선 정진 기간)가 끝났다. 동안거(겨울철 90일간 정진 기간)까지는 3개월이 남아 전국의 선방은 휴식기를 가졌지만 봉암사 선방은 4일 다시 산철 결제에 들어가 다시 한 달간의 정진에 돌입했다. 지난 하안거 때는 105명이 하루 8시간, 10시간, 14시간 정진팀으로 나눠 참선했다. 이번 결제엔 95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모두 가행정진하기로 했다. 가행정진이란 8~10시간 정도의 보통 정진보다 훨씬 많은 14시간 동안 정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좌선하기 위해선 밤 10시에 자고, 새벽 2시에 기상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보통 2~3시간만 수면을 취하고, 지난한 자기와의 싸움에 나선다. 젊은이의 체력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진이다.

“선원장 스님도 대중 선방에서 함께 정진하느냐”고 묻자, 정광 스님은 “물론”이라고 답했다.

“구참 선객들이 자리에 버티고 앉아 조용히 정진하는 모습이 신참에게 수행상이 되고, 구참도 신참의 발심을 보고 힘을 얻게 되지요.”

구참들의 이런 자세로 봉암사 선방의 신참들은 수행 중 의문이나 고뇌를 언제든 구참에게 물어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전엔 부처님과 조사 스님 말씀을 기록한 내용조차 대하기가 쉽지 않아 선지식을 친견해야 들을 수 있었지만 선지식을 뵙는 것도 어려웠지요. 그러나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내용도 보고 들을 수 있고 만날 수 있어요. 필요한 가르침이 갖춰진 시대지요. 이제 뭔가가 부족해서 공부 못하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성패를 가르는 시대지요.”

“그런데도 (불)법을 물을 선지식이 없다는 말들을 한다”고 하자 정광 스님은 “그것이 바로 근본적인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생각을 외적인 것에만 기울여 외부 환경 탓만 하고 있는 증거”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과 물어오는 후배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 그리고 세상의 시각과 자신의 마음 자세가 모두 선지식”이라고 말했다. 대중들과 견실히 살아가는 마음이 바로 자신을 도로 이끌어주는 선지식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 얻는 소득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무소득”이라고 했다.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므로(제법무아) 뭔가를 얻을 내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세속인은 나를 중심으로 소득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계산하지만, 수행자는 ‘나’라는 상이 없기에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다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득을 따지지 않는 무아의 마음으로 한 시간 수행하면 한 시간의 덕이 있고, 두 시간 수행하면 두 시간의 덕이 있단다.

소득을 따지지 않고 산에 앉은 산승이 속세인 들을 위한 산바람을 전해준다.

“일반인들 가운데 지금까지 산 삶이 ‘소득이 없다’, ‘무의미하다’, ‘허망하다’, ‘보잘 것 없는 삶이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요. 그러나 현재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삶이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오지요.”

문경/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1.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2.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3.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4.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5.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