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대성전에서 성인(聖人)이 되는 다짐을 하는 의식이 거행된다.
공자 탄강 2556년 맞이 가을 석전대제(釋尊大祭)다. 이날 의식에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팔일무를 성균관대 무용학과 학생들이 추고,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문묘제례악을 연주한다. 식후 기념강연회에선 광복 60돌을 맞아 인하대 명예교수인 윤병석 교수가 ‘의병과 유림 독립운동’을 주제로 강연한다.
석전대제는 성균관 뿐 아니라 전국 234개 향교에서 동시에 거행되며 5천여명의 제관과 집사가 의식을 집례하고, 5만여명이 참배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유교 행사다. 특히 우리나라 석전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이를 참고로 의식을 복원하고 있다.
석전이란 문묘에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제사지내는 의식이다. 성현의 학문과 인격과 덕행과 사상을 단순히 이론으로만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위패 앞에서 가풍을 체득해 공자와 같은 바람직한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 이런 의식이 치러지는 것은 유학의 독특한 성인관 때문이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은 신이 아닌 인간이므로 누구든 배워서 도달할 수 있기에 배움의 터전에서 성인의 씨앗 키우기 의식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석전대제를 제후국의 학교인 반궁의 위치에서 봉행해 왔으나, 1990년엔 독립국이므로 천자국의 학교인 벽옹의 위치에서 대제를 봉행해 오고 있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