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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입적한 법장 스님은 왕성한 사회활동…‘자비 실천’ 보폭 넓혀

등록 2005-09-11 18:23

북핵해결 위해 북·방문, 비리의혹 등 고초 겪기도

“고통은 모두 제게 버려주세요. 제가 다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삶의 주인으로서 행복하게 사십시오.”

지난 7월 대만 불광산사를 방문한 법장 스님은 그를 환영하기 위해 늘어선 승려와 불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달라고 호소했던 ‘고통을 모으러 다니는 나그네’(그의 저서)가 중생들의 고통을 안고 떠나갔다.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어울리는 포대화상처럼 덩치가 커 포대화상을 연상하게 했던 법장 스님은 2003년 2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되기 전에도 불교계에서 대표적인 사회활동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1994년 생명나눔실천회를 설립해 장기 기증과 헌혈 등을 권장했다. 생명나눔실천회는 천주교, 개신교 등에 비해 장기 기증 등에 소극적이었던 불교계에서 생명 나눔이 불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자비와 보시의 실천이라는 의식이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경허-만공-벽초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 선의 본가인 수덕사로 출가한 그는 평생 일만 하고 법상엔 오르지 않는 선농 일치의 삶을 살았던 벽초 선사와 함께한 삶을 자주 들려주며 미소짓곤 했다. 그는 수덕사 문중으로 세계에 한국 선을 전한 숭산 선사가 열반하자 선의 국외 포교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숭산 선사의 본찰인 서울 수유동 화계사의 회주로 추대됐고, 지난 5월엔 미국 캘리포니아 태고사 등 숭산 선사의 제자들이 이끄는 사찰과 선센터 등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불교계에서 소외되어온 비구니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그의 노력도 각별했다. 법장 스님은 총무원장에 취임한 뒤 최초로 비구니 스님을 문화부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또 천주교의 수장인 김수환 추기경 등이 사회적인 활동으로 주목받은 것과 달리 사회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역대 불교 지도자들과는 다르게 활동 반경을 크게 넓혔다. 중국과 미국 등을 방문할 때는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돕도록 했고, 지난 8·15선언 5돌 기념행사엔 명예 대표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로 선출된 총무원장으로서 ‘종단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최근 상당한 고초를 겪어왔다. 총무원 청사 안에 짓고 있는 역사문화기념박물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해 전임 총무원장인 정대 스님의 재임 당시 실력자였던 반대파들이 비리 의혹을 제기해 왔고, 종무원들이 이를 계기로 노조 설립을 추진한 데 이어 최근엔 <월간 중앙>이 조계종 비리 의혹 기사를 보도하는 등 잇따른 악재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조계사 신용금고 백억대 횡령 사건 등 전임 총무원장들의 비리 사건들이 의혹 해소를 하지 못한 것과 달리 그는 내외 인사들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도록 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 총무원의 행정을 투명하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빈소 달려간 황우석 교수

“배아연구 격려해준 은인인데…”

11일 법장 스님이 입적하자 아침 7시30분 서울대병원 임시 빈소를 찾은 첫 조문객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였다. 황 교수는 “전등사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드리다가 달려왔다”며 안타까워 했다.

법장 스님은 평소 황 교수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천주교쪽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강력히 반대해 황 교수가 궁지에 몰렸을 때도 법장 스님은 황 교수의 연구실로 직접 찾아가 “나도 심근경색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난치병 환자의 고통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황 교수를 위로했다.

지난 5월 법장 스님이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자 황 교수는 가장 먼저 달려가 수술과 치료에 대해 도움을 주고 하루가 멀다하고 병문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장 스님의 법구가 서울 견지동 조계사로 이운된 뒤 이날 오후 4시께 다시 빈소를 찾은 황 교수는 “오늘 저녁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큰스님께 다시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총무원청사 4층 접견실에서 총무원장 대행인 현고 스님을 만나 “저에게 심산이라는 법명을 주셨고, 또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신 분이 바로 법장 큰스님”이라며 울먹였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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