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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 ‘큰 뜻’ 이어…조계사 마당에 장기·시신 기증 서약

등록 2005-09-14 21:17

지난 5일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빈소는 주검을 기증한 그의 뜻을 따르기 위한 ‘보시’의 장이 되었다.

법장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생명나눔실천회가 조계사 마당에서 장기·각막·시신 기증 서약을 받기 시작한 13일 하루만에도 스님과 재가자 등 72명이 서약했고, 14일엔 더 많은 행렬이 이어졌다. 또 조계사 법당 바로 옆 총무원 청사 마당엔 법장 스님이 생전에 수해지역에 보내라고 지시한 요리용 쿠커 200개를 울릉도로 보내기 위해 마련해 놓았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스님의 주검 기증이 가져온 파장도 파장이지만, 조문 온 법장 스님의 지인들을 통해 드러난 보시 활동에 총무원 관계자들도 놀라움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13일 빈소를 찾은 볼링협회 기획이사 이희경씨와 역도국가대표 감독 염동철씨, 레슬링국가대표 감독 방대두씨 등 태릉선수촌 지도자와 국가대표 출신 불자들은 “스님은 수덕사 주지 시절 태릉선수촌에 법당을 지어주고, 올림픽 등 큰 경기가 끝나면 모든 선수들을 수덕사로 불러 잠을 재우고 먹이며 쉬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스님은 메달을 따지 못해 실의에 빠진 선수들을 위해 미리 금메달을 만들어놓고 건네주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처럼 스님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보시를 받은 이들은 스님의 상좌들로부터 스님의 유품을 정리했으나 급여통장 외에 예금 통장 하나 없고, 급여 가운데 100만원도 매달 조계종 승려들의 노후복지기금으로 적립해왔고, 최근 주위에서 병원비로 준 돈 1천만원도 병원에 입원해 있던 법전 종정 스님에게 보내 가진 재산이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가슴 아파했다.

법장 스님을 따라 장기·각막·시신 기증 서약을 한 총무원 기획실장 법안 스님도 “몇 개월간 가까이 모셔도 그 분이 돈을 쌓아놓고 쓰는지, 들어오는 대로 모두 쓰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그런데 유품을 정리하고, 조문 온 지인들을 만나보니, 그 분은 일찍부터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터득하고, 돈이 생기는 대로 소외된 이들에게 주는 맛에 세상을 산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법장 스님의 출가본사인 수덕사 스님들도 주검마저 수습하지 못한 아쉬움을 애써 달래며, 오는 17일 수덕사에서 거행하는 초재에서 설정 스님과 수경 스님 등을 비롯한 문도들이 앞장 서 장기·각막·시신 기증 서약을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인 수덕사에서 “몸마저 모두 보시하고 떠나자”고 나설 경우 전통사찰의 보시와 장례 문화엔 큰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한편 15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거행될 영결식엔 종단 대표들과 가톨릭 김희중 주교,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 외에도 법장 스님이 평소 결연해 돕던 소녀가장 최예슬양이 조사를 읽는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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