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권 다툼땐 여론질타 큰 부담, 21일 선거일정·법개정 논의 관심 지난 11일 법장 스님의 입적으로 공석이 된 조계종 총무원 총무원장 선출에 불교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누가 총무원장이 될 것인지도 관심사지만, 어찌보면 과연 별 탈 없이 후임자를 선출할지가 더욱 관심사다. 불자들이 선거를 예의주시하는 데는 불교계가 10년 공든 탑을 종권 다툼으로 하루 아침에 까먹은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법장 스님이 법구(주검)를 병원에 기증한 뒤 세간에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어 선거전 채비를 하는 승려들도 몸조심을 하는 눈치다. 계파간 이해 싸움과 비리 등으로 비판받던 조계종이 법장 스님의 법구 회향으로 모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때에 다시 부정적 면모를 부각시킨다며 종단 안에서 먼저 정을 맞을 수 있어서다.
종단 안 여당격인 집행부 쪽과 야당 노릇을 해온 반대 쪽 모두 신망 있는 인물을 합의 추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선거 때마다 불협화음을 내고 후유증에 시달렸던 조계종이 새 총무원장을 합의 추대한다면 종권 다툼을 염려하는 불자들은 쌍수를 들어서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적 색채가 약해 두루 포용력을 지니고, 종단 안팎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부각된다면 전례 없는 합의 추대가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부정-과열 선거를 감시하기 위한 움직임도 발빠르다. 교단자정센터 등 불교계 단체들은 21일 첫 모임을 열고 선거 감시기구를 띄우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교단 집행부에 참여하지 않은 승가대 졸업생 등 소장파 승려들도 공정선거를 위한 감시단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법장 총무원장 집행부를 구성했던 종단 안 여권 쪽은 법장 스님의 상중이어서 ‘후보’ 대상도 아직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보림회와 일승회 등 야권쪽에선 ㅂ, ㅁ 스님 등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 안에선 종단 안팎에 상당한 신임을 얻고 있는 ㅈ 스님 등을 추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앙종회 산하 종단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첫 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과 선거 일정 등을 논의한다. 선거법은 법장 총무원장 때부터 선거 후유증을 줄이고, 종단 화합을 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돼 왔다. 현행 선거법엔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별로 10명씩 선거인단을 뽑아 모두 321명이 선거를 통해 총무원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승랍과 상관없는 선거인단에 의한 선거로 인해 정치적 이해가 얽히는 선거전의 폐단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일정한 승랍 이상의 모든 승려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검토돼 왔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다른 파열음을 부를 수도 있어 선관위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현행 선거법이 유지될 경우 총무원장 유고 한달 안에 선거를 공고하고, 그 한달 안으로 선거일이 공고돼 11월 초께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과반 득표를 하면 당선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1, 2위 득표자를 놓고 2차 투표에 들어가 다수 득표자가 총무원장이 된다. 다수 득표자는 원로회의의 추인을 받아 앞으로 4년 동안 조계종을 이끌게 된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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