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고기 나방탕도 형제들과 함께면 꿀맛”
“난 쥐 뒷다리를 좋아했어요. 우리나라 쥐보다 큰데 아주 맛있지요. 통째로 구워서 원주민들은 이빨까지 남김 없이 먹어요.”
진기한 장면만 모아놓은 다큐멘터리 영화 <몬도가네>의 한 장면? 아니다. 한국외방선교회 김명동 총장 신부(45), 바로 자신의 얘기다. 1990년부터 94년까지 5년 동안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아 밀림에 있는 성당에 머물렀을 때 그가 체험한 일화중의 하나다. 재작년엔 그 곳을 떠난 지 8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사랑하는 신부님’을 오랜만에 만난 신자들이 쥐를 구워왔고, 그가 옛 맛을 다시 음미했음은 물론이다. 그곳에서 그가 먹은 것은 쥐만이 아니었다. 나방을 끓인 탕과 벌레요리, 악어고기 등 다양했다.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들에게 현지인과 이런 정도의 어울림은 기본이다. 올해로 한국 천주교 해외 선교의 선구자인 한국외방선교회가 최재선 요한 주교의 주도로 창설된 지 30년이 됐다. 신부들과 후원자들은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조촐한 감사 미사를 드렸다.
한국외방선교회는 현재 파푸아뉴기니아와 대만,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모잠비크 등 6개 나라에 40명의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9명은 본부인 서울 성북동 1가에 있는 본부 등에서 선교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 신부도 파푸아뉴기니아와 중국 등에서 10년을 보낸 선교사 출신이다. 밀림에 있던 파푸아뉴기니아의 성당엔 전기도 전화도 없었다. 반경 40㎞를 걸어 다니며 원주민 신자들을 만나러 다닐 때는 뱀과 부딪히고, 이교도들에게 행패를 당할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또 급한 환자를 차로 실어 나르는 게 주요 일과였다. 김 신부는 밀림 속 유일한 도로인 자갈길을 달리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선교회는 캄보디아에선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러시아에선 고아들을 돌본다. 중국 쓰촨성에 간 김광우 신부는 나환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피고름을 닦아주고 신발을 만들어 신겨주고 있다.
선교사들은 행복해 하고, 신자들도 행복한다. 김 신부는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해 간다”고 말했다. 쥐고기와 나방탕만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을 나누었던 김 신부의 방에 걸린 시편 133절 말씀이 선교의 본뜻을 전해주었다.
“이다지도 좋을까. 이렇게도 즐거울까.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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