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템플스테이’ 체험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세계에 전하기에 바쁜 외신기자들이 한반도의 땅 끝에 앉아 잠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지난 23~24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달마산 미황사에서 외신 기자들과 그 가족 40여명은 1박2일의 짧은 템플 스테이(사찰 체험)를 경험했다.
오후 4시 처음 도착해서부터 이들은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미황사와 널리 펼쳐진 남해바다와 섬들의 경치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절 예절을 익힌 뒤 이들이 처음 체험한 것은 종소리였다. 종각에서 한 명 한 명이 종을 치자 석양이 물드는 남해바다로 종소리가 퍼져 나갔다.
저녁 공양 뒤엔 주지 금강 스님의 지도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방석에 앉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외국인 기자들은 다리가 구부려지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스님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20여 분 간 “이뭐꼬”(이것은 무엇인가)란 ‘화두’를 참구한 이들은 처음 해보는 참선 체험이 너무나 신기한 듯했다. 이어진 ‘다례’시간엔 5명씩 둘러앉아 녹차를 타서 마시고 다구를 정리하면서 더욱 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산사의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웅전에서 예불을 하고, 사찰의 전통대로 발우공양까지 체험했다. “다리를 꼬고 오랫동안 앉는 게 힘들었다”면서도 “참선이 가장 좋았다”는 캐나다 출신 사진기자 나얀 스탄기야씨(36)는 “고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전통방식대로 하는 발우공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비비시> 특파원 샤브레스 스캔론씨(46)도 “참선자세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시간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해남 달마산/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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