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100년 역사 성찰 “해방 후에도 친일파는 여전히 사회 지도층으로 군림하고 고문경관은 여전히 치안을 담당했습니다. 일제 때의 문서를 근거로 친일파의 후손들이 다시 땅을 차지하고 있으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아직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자들에 빌붙어 이권과 돈에 이끌려 신앙 양심을 팔아먹은 종교인들이 여전히 권력과 막강한 부를 휘두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어찌 단지 지나간 문제이며 과거사에 불과하겠습니까?”
한국 교회가 죄의 고백을 위한 행진을 시작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의장 권오성목사)의 ‘한국교회 죄책 고백 선언 취지문’은 이런 비정상적 현실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취지문에서 “과거의 역사적 오류를 반성해 정리하지 못한 채 전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나름대로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에서 어찌 일치된 방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며 “한국 개신교회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드러낼 것을 드러내 반성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가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정평은 이런 취지에 따라 교회의날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교회개혁 심포지엄을 6차례에 걸쳐 열기로 했다. ‘한국 교회와 과거사 극복’이 주제다. 오는 10월 6일 열릴 첫 심포지엄에선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교회 죄책고백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합동신학 대학원 김영재 교수가 ‘세계 교회의 죄책고백 사례’를 각각 강연하고, 평화의교회 박경양 목사와 곡라분이 여신학자 협의회 공동대표, 김동한 정의평화기독인연대 공동대표 등이 토론을 벌인다.
또 ‘개신교 전래시기의 한국교회’(11월8일), ‘일제 강점기의 한국교회’(12월6일), ‘해방 후 한국 전쟁과 이승만 치하의 한국 교회’(1월17일), ‘유신체제, 군사정권하의 한국교회’(2월14일), ‘민주화시대 이후의 한국 교회’(3월14일) 등의 심포지엄이 이어진다.
목정평은 이 심포지엄을 통해 세계 선교 역사에 보기 드문 급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의 일제하 친일 문제, 민족 분열을 초래한 점, 군사독재를 묵인 동조한 점에 대해 조명하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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