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골프장 대신 아이들 생명쉼터를”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당 강정근 신부. 그는 한국 가톨릭 ‘성인 1호’인 김대건 신부의 수호신을 자처하는 수도자다. 그가 17일 한국언론회관에 한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나타났다. 미리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안성시민 여론조사 결과였다. 그가 근무하는 미리내 성지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묘와 기념성당이 있어 연간 40여만 명의 순례객이 찾을 만큼 한국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성지 인근 33만평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사업계획서를 ㈜신미산개발이 안성시에 제출하자 강 신부는 지난 6월 21일 동안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신미산개발의 김형수 상무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천주교는 반성하라”며 50일간 맞단식 농성을 벌였고, 양성면 북부발전위원회와 이장단회, 부녀회 등이 ‘양성면 북부 성역화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역시 천주교에 반발하고 나섰다. 미리내 성당 쪽의 입지가 좁아진 셈이었다.
그러나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15일 안성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안성시민의 대부분이 안성시 발전을 위해 골프장 개발에 찬성한다는 주장들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안성시 전체에선 72.9%가, 양성면에선 77.2%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골프장 건설에 대해 성지훼손(70.4%)이나 환경오염(81.8%)이라는 쪽이 ‘아니다’는 쪽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반해 ‘안성시 발전에 좋다’는 의견은 35.9%에 그쳤다.
“개발회사를 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미리내 성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영적 쉼터이자 기도처입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순례객들이 지표수를 그대로 먹을 만큼 청정한 지역이고, 가재와 딱따구리, 원앙새, 개구리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합니다. 골프장이 건설되면 이 모든 생명들이 삶터를 잃게 됩니다.”
강 신부는 “경기도엔 골프장은 95곳이나 있고, 현재 16곳의 골프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데 비해 청소년들을 위한 수련장은 5군데뿐”이라며 “이제 생명과 미래의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니냐”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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